국민이 인체실험의 대상인가?

국민이 인체실험의 대상인가?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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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첩약 문제, 국민 설득해야

건강보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건강보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의약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어이 한방첩약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굳이 의료전문가가 아니라도 조금만 생각하면 한방첩약 급여화의 부당성을 알 수 있음에도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다수결을 앞세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시범사업은 곧 제도화라고 볼 때 시범사업 자체를 저지했어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면 시범사업 단계에서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는 한방첩약 급여화를 되돌릴 의사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범의약계의 반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정부 투쟁과 동시에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국민에게 왜 의약계가 한방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표준화 및 약효의 동일성, 비용효과성 등을 따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지 효과적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인체실험의 대상인가?"와 같은 한 마디가 실효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방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 따라서 과학적?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을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적용한다는 것은 국민을 인체실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한방을 과학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물음이다. 과학은 기존의 이론을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현대의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방은 조선시대의 '동의보감'을 무슨 경전이나 되듯 받들어 오고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 '동의보감'은 당시로서는 최첨단의학의 집약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첨단을 달리는 현대에서도 동의보감이 첨단의학이라고 할 수 있나? 일반 국민도 이런 정도의 주장엔 쉽게 동의할 것이다. 한방이 현대의학으로 인하여 의료의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라는 점은 일반 국민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국민의 이해관계에서도 한방첩약 급여화는 어불성설임을 알려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한방첩약 급여 시범사업으로 연간 3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추정이 정확한지도 알 수 없지만, 설령 복지부의 추정을 받아들인다 해도 대다수 국민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것임은 분명하다. 즉, 일부 한방 이용자를 위해 대다수 국민이 건보료를 많이 낸다는 얘기다. 한방건강보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다른 사람이 한방을 이용하는 비용을 내가 부담한다는 말인가. 한방을 이용할 생각이 없는 국민은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방은 건강보험에서 떼어내야 한다. 별도로 운영하든지 현 건강보험에 특약으로 적용하든지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정부는 그런 걸 검토하거나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러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필시 이 사안을 이익집단 간 갈등으로 보고 쓸데없이 끼어들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른바 시민단체나 가입자단체 등의 집단도 이 점을 이해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건정심에서 한방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결정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집단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길은 오직 하나, 국민을 설득하는 것 외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관계에 민감하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의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의료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볼 때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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