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전, 항원 검사 우선돼야 "많은 인원 감당하려면, 개원가 참여 필요"
"불가피한 상황 전 시범 적용 등 준비해야 vs 감염 위험·위양성률 등 감안해야"
"개원가에서의 코로나19 진단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제는 개원가에서의 코로나19 진단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10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방역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주제 토론회에서 개원가에서의 코로나19 신속 항원 검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8일 최대 44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의 구매를 확정 지었다고 밝혔다.
백신 구매 관련 다국가 연합체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분을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어, 일단 아스트라제네카 등 4개 글로벌 백신 기업과 최대 3400만 명분의 선구매 절차를 완료했거나, 마무리해 나가는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늦어도 내년 중순부터는 전국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에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을 애초에 무증상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사 아나필락시스 등 전신 염증반응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별진료소는 619개다.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 항원검사가 필수적이라면 현재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 등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조현호 의무이사는 "진단키트가 오프로드되고 있고, 항체치료제가 긴급사용승인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전국 접종을 앞두고 있다"며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와 함께 더불어 극복해 나가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안된 여건은 '신속 진단'이다. PCR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환자들이 방치되는 상황을 신속한 진단을 통해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동네 의원에서 신속한 검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전국적 접종을 앞둔 백신 역시, 코로나 감염자에게 놓으면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앞서 검사를 해야 한다. 먼저 검사를 해야 한다. 신속 항원 검사는 빠르고,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호흡기 전담클리닉 왜 실패했나?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에 표준화가 필요하고,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현호 이사는 개원가가 앞서 인플루엔자 창궐 당시, 신속 항원 검사를 경험했던 점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백신이 나와서 효과가 좋으면 모르지만, 바이러스 종이나 변이에 다양한 변수가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진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며 "수도권이 2000만 명이다. 대대적으로 선별진료소까지 보낼 정도는 아닌 경우, 우리가 이걸 시범적으로 해보면서 더 확대할지 말지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속진단검사를 개원가에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감염력이 높은 만큼 개원가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자영 가톨릭관동의대 교수(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인플루엔자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는 감염력이 훨씬 높다. 로컬에서 신속진단을 진행했을 때, 되려 개인 의원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신속검사의 한계점이 선별검사가 되려면 민감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감도가 낮다"고 짚었다.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 항원검사 결과가 잘 도출되지만 바이러스 양이 중증도보다 낮을 경우 검출 가능성이 50%밖에 안 된다"며 "이에 유럽에선 신속항원검사를 PCR 검사를 시행하기 어렵고 양성률이 10% 이상으로 높을 때에 한해 유증상자를 대상으로만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교수 역시 신속진단검사의 위양성률을 우려했다.
엄중식 교수는 "검사 25건 중 5건이 위양성이 나온다고 한다. 이걸 적용하면 위양성이 1000명이 나온다는 거다"며 "이 1000명을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디선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 현장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체 체취를 의원급에서 하게 된다면, 신속 항원검사를 할 때, 대기실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면 보건소에서 이분을 데리러 와야 하고, 그 병원은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는 "검사 양을 늘려야 하는데, 전제가 검사하는 공간 자체에서의 감염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감염 전문가들 "골든타임 연이어 놓쳐…ICU 확보 등 K방역 선제적 대응 아쉽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K방역이 선제 대응에서 부족해, 골든타임을 연이어 놓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ICU 등 중환자 치료 병상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동현 한림의대 교수(사회의학교실)는 "4월부터 7월까지, 10월달에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확진자 수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고, 전체적으로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한 박자씩 늦고 있다"며 "특히 2차 피크 이후에는 1차 피크 때 놓쳤으니, 2차에서 제대로 준비하자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과 협의가 되더라도 중앙정부로 가면 또 다른 정책적 우선순위에 밀려버리는 양상이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위기의 순간이 다시 오고 있다. 이에 그동안 반복적으로 ICU 부족을 이야기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3월, 8월, 11월초 각각 지적해 왔지만, 하루하루 급하게 숫자만 새고, 대응하고 있다"고도 짚으며 "방역 당국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겠지만, 사전적인 준비 면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우리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은 10월 11일 1단계로 낮췄을 때, 완전히 떨어지지 않을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내리면서 급격하게 (확진자 수가) 올라갈 여지를 줘버렸다"며 "이런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매일 환자가 100명 이상이었던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안 걸어버리는 바람에 지금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잘 안 떨어지는 상황이 되다 보니, 10개월 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다 튀어 나와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환자 치료 병상 문제가 심각하다.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지역에서 중환자 치료 병상이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이클을 예측해 지역 병원의 협조를 구하는 등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나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의료계 내부적인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하 대변인은 "의료계나 학회에서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협회나 감염 관련 학회, 학술 단체 등에서 정부에 대한 권고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반복된다는 것은 답답함의 표출이다.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프레스를 향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협치나 전문가단체를 파트너로 보고, 소통을 하는 것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존에 우리가 못했던 소통을 해야 한다. 지금 같은 경우, 정부와 의료계, 의학계의 소통이 잘 안 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협회 산하에 코로나TF가 있었고, 많은 전문가분이 적극 참여했지만, 현재 동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의료계 내부에서 먼저 소통하고, 토론하고, 어느 정도 합의를 형성해 대한의사협회라는 스피커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