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이후, 깜짝 주목? 신고자 신분 노출 사건 '역주행'

'정인이 사건' 이후, 깜짝 주목? 신고자 신분 노출 사건 '역주행'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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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홍완기 기자시죠? 아동학대 신고자 신분 노출 관련 기사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전화기가 바빠졌다. '정인이 사건' 발생 이후, 각종 언론·방송사로부터 심심치 않게 연락이 왔다. 중앙일보, SBS, MBC 등 소위 메이저급 방송·언론에서도 전화가 잇따랐다.

[의협신문]은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다가 신분이 경찰에 의해 노출되면서 위협까지 받은 의료진 사례를 단독 보도했다(관련 기사: 아동학대 의심 신고한 의사 노출한 경찰 탓 위협받고 '덜덜', [인터뷰]아동학대 신고 의사 신분노출 항의하자 경찰 "이해하고 넘어가라" 황당).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정인이 사건'은 다시 뜨겁게 조명됐다. 주변에서는 "차마 끝까지 못 봤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그만큼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사건이다.

'정인이'에 대한 관심은 곧 다른 아동들에도 쏟아졌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언론도 아동학대 관련 이슈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신고자 신분 노출 사건'이 다시 주목받으며 이른바 '역주행' 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의사의 신고는 매우 중요하다. 의사는 영양 상태, 타박상, 질환, 정신 상태 등 의학적 소견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의사의 신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고자 신분 노출' 사건을 다시 돌아봐야 할 이유다.

해당 사건에서 신분을 노출한 건 다름 아닌 경찰이다. 아동학대 신고 시스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사건을 제보한 의사는 순창군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다. 신분 노출 이후, 학대 의심을 받은 친부에 수차례 협박 전화를 받았다. "두려웠다"고 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의무를 성실히 한 결과다.

민원조차 한 번에 이뤄지지 않았다. 순창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신변노출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해하고, 넘어가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떻게 해드려야 하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경찰 측은 '신고자 신분 노출'이 가져올 파급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곽영호 서울의대 교수(소아응급의학과)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난해 7월 주최한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신고자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감 등은 나쁜 경험이 되고, 다음 신고를 막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안일한 인식이, 결국엔 소중한 신고를 막을 수도 있다.

취재를 하면서 공보의와 몇 차례나 헛웃음을 주고받았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당혹스러움'의 공감대였다.

전북경찰청과 순창경찰서는 [의협신문] 취재 이후,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순창경찰서는 즉시 남계파출소장을 교체했고, 전북경찰청은 공식 입장문을 내며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아동학대 신고 사건 대응 강화를 약속했다.

순창군 아동학대 의심 사건은 결과적으론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순창경찰서는 11일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조사를 벌였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같은 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인 양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전담팀을 전국 17개 시도경찰청에 신설할 계획"이라며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다시 약속했다.

학대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지만, 신고자 신분 노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은 곧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민감찰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개선을 위해선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분을 노출한 경찰에 어떤 징계를 할지에 따라 해당 사안을 바라보는 경찰의 경중이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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