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절제술 과정서 총담관 손상 후 사망…법원, 의료과실 인정

담낭절제술 과정서 총담관 손상 후 사망…법원, 의료과실 인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1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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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막암 4기 환자 종양감축술 중 해부학적 구조 확인 않고 총담관 절단
담즙 누출 후 조처 및 2차 수술은 의료진 적절 대처…의료과실 불인정

ⓒ의협신문
ⓒ의협신문

암 수술 및 항암 치료, 암세포 전이로 인한 담낭절제술을 받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환자의 총담관이 손상됐고, 그 발견이 늦어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과 담당 의사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병원 측이 수술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담도조영술 없이 수술하다 총담관 손상을 초래했다고 보아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이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19일 병원과 담당 의사의 의료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며 부모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과 담당 교수는 사망한 환자의 부모에게 각 325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환자는 2017년 다른 대학병원에서 직장암 진단을 받고 로봇 저전방전위술을 시행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12월 20일경 직장암의 복막전이가 의심되는 소견이 있어 치료를 받기 위해 12월 28일 피고 대학병원(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2018년 1월 14일 B대학병원에 입원했고, 병원 측은 복부 CT 촬영 등을 통해 4기의 복막암 의심 소견을 확인했으며, A환자는 1월 17일 B대학병원 의료진(집도의 P의사)으로부터 종양감축술 및 복강내온열화학요법(이 사건 1차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 1차 수술은 복강 내의 비교적 큰 종괴는 수술적 방법으로 제거하고 미세한 종양세포는 복강내온열화학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1차 수술 당시 A환자의 복강 내 소장 표면에 광범위하게 전이암이 발견됐다.

그리고 우측 늑막하부위와 우측 간하부, 십이지장 사이에도 전이성 종양이 발견돼 이 부분의 전이성 종양을 제거하고 담낭의 표면에 관찰되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종앙감축술은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당시 수술기록지에 의하면 A환자의 복막암 지수는 29였다.

A환자는 1차 수술 이후 1월 22일부터 배액관을 통해 담즙이 누출됐다. 이에 B대학병원 의료진은 복강 내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보존적 치료(수액요법, 항생제 투여 등)를 하며 경과 관찰을 했으나 담즙양이 감소하지 않았고, 1월 31일 시행한 복부 CT 검사 결과 복강내 간 하부로 약 10×3㎝ 크기의 답즙종이 확인됐으며, 그 후에도 담즙 누출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됐다.

병원 의료진은 2월 14일 A환자의 담즙누출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ERCP) 및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RCP)를 시행한 결과, 담도 손상이 발견되고 총담관이 절단된 것으로 확인돼 총담관 손상을 확진했으며, 당시 MRCP 검사 결과 판독지에는 경피적담즙배액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3월 9일 간관-공장문합술을 시행키로 하고, 2월 21일 A환자를 퇴원 조치했는데, 2월 27일 배액관이 막혀 복부의 급성통증을 호소하며 B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했고, 같을 날 병원으로부터 경피적담즙배액술을 시행 받은 후 다음날 퇴원했다.

그러나 A환자는 3월 5일 전신 쇠약이 심해져 B대학병원 응급실로 재입원한 후 예정된 3월 9일 간관-공장문합술(이 사건 2차 수술)을 받았는데, 이 수술 시 시행한 담관조영술 결과 담즙 누출 지속으로 인한 복막염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A환자는 2차 수술 후 발열이 있으면서 담즙 누출도 지속됐는데, 3월 19일 시행한 T담관조영술 결과 간관-공장문합수술 시행 부위의 벌어짐 및 해당 부위에서 누출이 확인됐다.

A환자는 3월 19일 병원으로부터 수술부위 재문합 수술(이 사건 3차 수술)을 받았고, 수술 당시 복강 내에는 담즙 색깔의 액체가 고여 있었으며, 복강 유착이 중증도로 있었고, 간문부담도와 공장의 문합부는 거의 두절돼 있었다. 공장-공장문합부도 일부 두절돼 있었고, 직장의 남은 부분은 괴사가 진행돼 있었다.

3차 수술 후 A환자의 상태는 가끔 열이 났고, 지속해서 복통을 호소했으며, 복부 배액관을 통해 노란색의 담즙이 섞인 체액이 배액됐다.

병원이 A환자에게 4월 1일 시행한 T담관조정술 결과 간문부담관과 공장의 문합술을 시행한 부위에서 조영제의 누출이 발견되지 않았다.

B대학병원은 3차 수술 후 A환자에 대한 치료를 계속했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5월 9일 호스피스 상태로 다른 대학병원으로 전원한 후 호스피스 치료를 받던 중 5월 21일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 의하면 직접사인은 상세 불명의 결장의 악성 신생물이었다.

A환자 부모들(환자 측)은 병원 측이 수술 및 치료 과정상의 과실이 있다며, B대학병원과 P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측은 병원과 P교수는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2억 7078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측은 "P교수는 1차 수술을 시행하면서 칼로 삼각부위(윗변인 담낭동맥, 우변인 담낭관, 좌변인 총간관) 확인을 통해 수술 부위 조직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히 확인해야 함에도 만연히 이를 확인하지 않고 수술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담낭관만을 결찰한 것이 아니라 A환자의 총담관을 절단시켜 버렸다"며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P교수는 1차 수술을 시행하면서 담도계의 정확한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담관조영술을 시행하지 않았고, 이는 A환자의 총담관을 가로절단 시켜버린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1차 수술 후 담즙 누출 원인 진단 및 배액을 지연한 과실, 2차 수술을 지연한 과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방법원 재판부는 1차 수술에 대한 과실만 인정하고, 2차 수술 등에 대한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환자의 총담관 절단은 병원 의료진의 1차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인정되고, P교수가 1차 수술 과정에서 수술 부위 조직에 대한 해부학적 확인 등을 통해 총담관에 손상을 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총담관의 손상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함이 타당하다"며 1차 수술 당시 술기 상의 과실이 있다고 봤다.

또 1차 수술 후 담즙 누출 원인 진단 및 배액을 지연한 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병원 의료진은 1월 22일 A환자에게 발생한 총담관 손상으로 인한 담즙 누출에 대해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한 과실 및 2월 14일 담즙 유출의 원인을 파악한 후 이후에도 적절한 배액관 삽입 등의 조처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차 수술 당시 담낭조영술을 미시행한 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1차 수술 당시 담도조영술을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면서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2차 수술을 지연한 과실 주장에 대해서도 "환자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환자에 대한 2차 수술 시행 시기를 결정하면서 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의 과실에 의해 야기된 A환자의 담즙 누출로 인한 전신 악화는, 비록 A환자의 투병 및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렵더라도, A환자의 사망에 하나의 원인으로 기여했다"고 봤다.

병원과 P교수의 "A환자는 복막암 4기로 기대여명이 6개월 내지 1년밖에 되지 않아 A환자의 사망은 기왕증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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