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협회, 격리해제자 요양병상 확보 협력키로
미소들병원, 자발적으로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수용
서울시는 지난 18일 1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허가 병상의 1%(최대 3병상)를 코로나19 격리해제자 병상으로 제출할 것을 행정명령하면서 요양병원계가 발칵 뒤집어졌으나 21일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서울시가 긴급 간담회를 갖고 상호 협의점을 찾았다.
21일 오후 7시에 열린 간담회에서 요양병원협회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비해 감염병 전문요양병원 지정과 격리해제자 병상 확보 등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일방적인 지정이 아니라 서울시가 요양병원협회 측과 사전 협의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서울시의 소통부족이 문제였던 거 같다. (요양병원 격리해제자 병상 관련) 이런 사안이 있을 경우 중수본에 요양병원협회 측과 사전협의를 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행정명령 공문을 시행했다. 서울시가 무조건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을 할당할 것이 아니라 협회와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요양병원이 격리해제된 환자를 안받으려 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서울시에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를 수용했다.
현재 격리해제돼 요양병원에 가 있는 환자는 많지 않지만 서울시는 4차 대유행에 대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 및 격리해제자 병상확보 방안을 시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날 기본수가 외에도 한 병상당 1주일 이상 입원했을 때 1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전 협의 없이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 반발을 불러온 미소들요양병원 문제도 일단락됐다.
윤영복 미소들병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을 따졌으나 국민건강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수용키로 했다.
미소들병원은 2020년 12월 29일부터 코호트격리되면서 의료진과 직원들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 소식에 모두 사직서를 내겠다며 반발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느루요양병원에서도 의사 3명이 사표를 쓰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과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
이날 간담회에선 요양병원 파견인력의 경우 노인의료에 대한 역량이 떨어지는데다 2∼3배에 달하는 임금 격차로 인해 기존 인력이 병원을 그만두는 문제가 지적됐다.
서울시는 손실 보상과 함께 기존인력이 남아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미소들요양병원은 행정직원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위험수당 보장을 요청했으며, 급성기병원에 비해 의료 대처능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코로나19 임상증상 뿐 아니라 경증환자 위주로 배정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느루요양병원이 자체적으로 시설 세팅을 하다 재공사를 하는 시행착오를 겪은 것과 관련, 초기에 전문가집단을 통해 시설 세팅을 완벽하게 진행하고, 시설·장비 등 초기세팅비에 대해 선지원 또는 대리지급을 요청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간담회 이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이 주도하기 보다는 협회와 4차 유행에 대비, 시스템 만드는데 긴밀하게 협조키로 했다. 회원 요양병원을 설득하고, (필요한)교육 준비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지정은 민간요양병원에 파급효과가 크다. 미소들병원 같은 경우 희생하는 부분이 있으나 코로나 19 극복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자발적 참여로 전환했다. 하지만 공공에서 못하겠다해 민간으로 넘어온 만큼 공공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열린 간담회에는 대한요양병원협회에서 손덕현 회장·조항석 수도권 부회장·윤영복 상임고문(미소들병원장)이, 서울시에서 박유미 시민건강국장과 윤보영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참여했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가 동석해 격리해제자 병상 확보 문제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