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의 자율권과 면허관리(중)

의사단체의 자율권과 면허관리(중)

  •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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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이 구상하는 가칭 '대한의사면허관리원' 구조와 기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산파 역할을 하는 가칭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은 비정부 사회적 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for public goods, Profession Public Partnership)로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현대적 면허기구를 설립하는 것과 선진국 수준의 자율규제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협은 현재도 비록 초보적 단계이기는 하나 자율규제 정신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가평가제를 시범사업으로 정착시켰다. 그리고 의사면허의 재등록을 의협이 위임받아 시행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기존 사업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고, 자율규제를 위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사는 물론 시민사회·국회·법조계·정당 등 문화·역사적으로 전문직의 자율규제 무지에서 탈출시키는 엄청난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갖춘 후 면허관리원을 세울 수도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의료환경과 국민 정서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면허기구의 우선 설립과 이 기구를 통한 포괄적인 노력을 추진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면허관리원은 2021년 면허관리기구의 출범을 희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월 20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추진 및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는 1월 20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추진 및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우리 사회가 아직 민간 자율에 의한 전문직 관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함께 의사집단이 주도하여 설립하는 면허관리기구의 역할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 토론회나 법조인과의 토론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법학 교육에 의료의 결과에 따른 의사의 형사처벌을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일부 학자는 영·미의 법체계가 우리나라와 달라 우리나라는 형사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확인해 본 결과, 국제적으로 영·미 법체계와 유럽대륙법 체계는 합치점을 찾아 노력하고 있으며, 유럽대륙의 법이 의사의 형사처벌을 규범화하지 않고 있다고 논의의 모순을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 의사면허기구를 방문했을 때 의협 방문단이 "독일은 의료로 의사에게 형사처벌을 하는가?"라고 묻자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보며 "한국은 의사의 형사처벌을 좋아하는 나라인가? "라고 반문했다. 그는 "성추행 등 일반 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당연히 형사처벌의 대상이지만 의료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의협은 두 번의 국회 토론회에서 의사면허기구 설립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했고, 의협 종합학술대회에 최고의 면허관리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면허기구와 세계면허기구연합회의 수장을 초청해 성공리에 자율규제를 내용으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캐나다와 미국에서 온 두 리더는 "선진국에서는 의료로 의사를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기자회견에서도 "선진국에서는 의료의 결과로 의사를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고 재차 답변했다. 면허기구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차이점, 그리고 전문직 관리의 현대적 개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행사였다. 

면허기구의 역할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질 낮은 수준 미달의 의료가 되지 않도록 사전 교육과 설득 그리고 행정처분에 관한 것이다.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공적 기구에서 이런 기능을 잘 발휘할수록 의료로 인한 의사의 형사처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인다. 

의사면허관리기구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의사나 의료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기능이다. 회원 간의 합의로 만든 의료수준에 못 미친 의료에 대한 조사와 행정처분 기능도 담고 있다. 

현재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중앙윤리위원회가 있다.  행정처분 권한은 없으나 최소한 의료로 인한 문제를 다루는 제도는 갖고 있다. 그러나 조사권이 없고, 회원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형태로 남아 있고 월 1회의 회의로 위원회를 유지하고 있다.

다나의원 사건 이후 만든 전문가평가제는 서울지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타지역은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조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본격적인 조사는 불가능하다.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하면 당연히 기본적인 조사권과 의무기록 열람권이 필요하다. 면허관리원은 사회로부터 불만을 접수하고 응대하는 기능과 다양한 불만 사례 중에서 자체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사안은 조사를 통해 심각하고 교정이 필요한 경우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의료로 형사처분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재판부는 복잡한 의료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보니 최종 판단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의료감정원의 감정서에 의존하고 있다. 감정서의 문구 하나가 형사처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감정의 위험성과 균형 감각의 결여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면허기구에서 해당 분야 전문의 경력 10년 이상인 전문가가 의료에 대해 판단한다면 이런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홍콩에서는 의료에 의한 과실 여부 판단을 공식적으로 믿을 수 있는 단체가 맡고 있다. 즉 면허관리기구나 이에 준하는 기구에서 다수의 판단에 의한 결정을 존중하고 있다. 

세계의사면허기구(<span class='searchWord'>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edical Regulatory Authorities</span>, IAMRA) 홈페이지(https://www.iamra.com/). ⓒ의협신문
세계의사면허기구(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edical Regulatory Authorities, IAMRA) 홈페이지(https://www.iamra.com/). ⓒ의협신문

영국의 'Bolam Test'는 전문직 동료들이 모여 의사가 해야 할 의료수준이나 표준에 의한 행동을 하였는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있다. 

'Bolam'이라는 소아천식환자의 당직의사가 몇 번의 호출과 출동 후 마지막으로 받은 호출에서 늦게 출동한 사실로 제소됐다. 7명의 전문가가 논의한 결과, 정상적인 전문의 당직 근무에서 당시 전문의와 동일한 행동을 할 것으로 판단,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내용은 통합 6년제 홍콩대의 강의 내용에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법조인이나 법학도는 'Bolam Test'에 대해 생소하다는 데 있다. 

가칭 대한의사면허원은 설립 원칙에서 비정부 공공기구를 표방하고 있다. 이사회는 9명의 의사 이사와 6명의 비의사 이사로 구성할 예정이다. 기존에 있는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단을 그대로 존치토록 해 대한의사면허원 내에서 작동하도록 법 개정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면허원 이사회는 이사장이 주재하고 일상 업무는 원장이 관할토록 했다. 이사회 산하에 면허 등록 업무를 담당할 등록위원회를 비롯해 자율규제위원회, 교육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운영위원회를 두어 실무를 분담할 계획이다. 

현 집행부의 노력의 결실인 가칭 한국면허관리원은 2021년 4월 새 집행부 출범 이후 들어설 예정이다. 집행부 교체로 인한 부작용이 없도록 이사 추천에 대한 합의를 통해 이사를 추천하면 곧바로 이사장과 원장을 선출하고, 실무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각 나라별로 혹은 지방자치제 단위로 존재하는 의사 면허기구가 모여 세계의사면허기구연합회(IAMRA)를 결성, 매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국제회의도 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의협이 '을종'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갑종'은 현대적인 의사면허기구를 설립·운영하고 있는 회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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