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광센서 검증·자가측정 오류 보정 필요"
혈압 인지도 높이고 고혈압 조기 진단 1차적 효용성 '평가'
'혈압 동적 평가' 통한 심혈관 질환 연관성 연구 단초 기대
최근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이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 조기 진단을 위한 1차적인 효용성을 갖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검증 부재·자가측정 오류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혈압 변동성이 이미 많은 연구에서 미래 심혈관 질환에 대한 독립적이고 강력한 지표로 입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혈압의 동적 환경 평가라는 새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공식 학술지 <Clinical Hypertension>을 통해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에 대한 발전 가능성과 함께 우려되는 문제점을 짚었다.
현재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측정 수준은 기존 의료기기로 허가된 손가락 혈압측정계의 오차 범위(5±8㎜Hg) 및 의료기기표준(AAMI)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학회는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혈압 측정의 주요 기술인 광센서에 대한 정확성이 검정되지 않았으며, 특히 주변에 근적외선 광원이 있을 경우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적절한 혈압 측정 방법을 숙지하더라도 자가 측정시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정확히 안정된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오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은 기존 측정계로 얻은 혈압값을 스마트폰의 혈압 측정앱(App)에 주기적으로 입력해 보정해야 한다. 보정 작업에는 혈압을 최소 2분 간격으로 3회 측정하는 것이 권장되며, 사용자가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는 손목을 바꾸면 교정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보정 과정에서 주요 문제는 두 팔 간 혈압 차이다. 여러 연구에서 양 팔 사이에는 수축기/이완기 혈압 3.3/2.0㎜Hg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또 혈압이 높을 수록 이런 양팔 사이 혈압 차이는 더 커지게 된다. 한 쪽 팔에서 측정한 혈압값을 기준으로 보정할 경우 내부 보정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최소 3㎜Hg의 오차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같은 오차를 줄이기 위해 대한고혈압학회는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마트 워치에서 센서 기반 혈압 신호를 획득한 후 동일한 팔에서 일반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해 보정할 것을 권고한다. 일반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할 때는 커프에 의해 위팔 혈관이 눌렸다 풀리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손목의 혈압 파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스마트 워치에서 신호를 먼저 획득하고 일반 혈압계에 의한 혈압 측정을 나중에 시행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1∼2분 간격으로 3회 반복해 보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결국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에서도 주기적으로 일반 혈압계와 보정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런 과정이 정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차 역시 매우 커진다는 지적이다.
고혈압학회는 혈압 측정 정확도 검증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고혈압학회는 "의료 기기로 인증받은 기기조차 수축기 혈압이 160㎜Hg 이상이거나 80㎜Hg 이하로 아주 높거나 낮은 환자에서는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아 사용이 추천되지 않는다"며 "대동맥 판막 폐쇄 부전증, 박동수 변동성이 큰 심방 세동, 혈류가 약한 말초혈관질환, 당뇨병, 심근병증, 말기 신부전, 손떨림, 혈액 응고 장애 등을 가진 환자의 사용도 아직 추천되지 않고 있으며,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복용, 임신으로 호르몬 변화가 큰 상황에서도 권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도 짚었다.
고혈압학회는 "아직까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은 고혈압 환자의 모니터링보다는 일반 인구에서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을 조기 진단하는데 1차적인 효용성이 있다"며 "고연령층은 모바일기기 이용도가 낮을 수 있지만, 고혈압 인식이 낮은 30∼40대 연령층은 자기 혈압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 관리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는 잠재성이 크다"고 밝혔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정기적 혈압 측정이 보정과정을 거치면서 일상적인 혈압 측정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혈압의 동적 변화 평가를 통한 심혈관 질환 발생 연관성 연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고혈압학회는 "혈압의 동적 변화 평가라는 새 분야를 열 수 있다. 현재까지 혈압은 충분한 안정을 취한 후 측정하는 정적 평가만이 정확하다고 여겨지지만 이미 혈압 변동성(Variability) 또한 많은 연구에서 미래 심혈관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강력한 지표로 입증되고 있다"며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을 통해 일상 생활 및 신체적·감정적 스트레스에 따른 혈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불안정 상황에서의 혈압 변화와 심혈관 질환 발생과의 연관성 연구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약제 용량 자가 조정 등 예상되는 우려와 함께 모바일기기 혈압 측정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고혈압학회는 "환자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확하게 측정한 혈압을 기반으로 약제를 자가 조정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다양한 연구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이 24시간, 요일, 계절에 따라 상당한 편중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특히 부적절하게 측정한 혈압이 불필요한 심리적 스트레스, 잘못된 고혈압 오진, 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향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의 비용 효과 분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