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의협 회장 "성분명 처방·한의사 X-ray 허용 법안 반대"
약사출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약사법·의료법 개정안 대표발의
"입법 추진 땐 의료계 강력 대응…다시 거리로 나서는 데 마다하지 않을 것"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무릅쓴 의료진들이 진료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현실을 외면한 악법이 발의,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 임원진은 17일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의료인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성분명 처방'을 앞세운 약사법 개정안과 한의사의 X-ray 사용을 염두에 둔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13만 의사의 등에 칼을 꽂는 배은망덕한 배신 입법"이라고 성토했다.
두 법안은 약사출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 정)이 발의했다.
의료계는 서영석 의원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 약업계의 숙원인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보건의료인 직역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의료 현장의 질서를 문란케 하여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악법"이라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문가 단체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외면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지난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공공의대 신설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벌어진 전국의사 총파업 과정에서도 코로나19 대응과 필수의료 기능 유지의 원칙을 지켰다. 또 2차 유행 가운데 의료계 요구사항을 관철, 합의하는 동시에 정부-국회-의료계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키로 약속했다. 3차 유행이 시작되자 재난의료지원팀을 구성하고 전국적으로 의료진을 지원하고 24시간 비상근무체제 속에서 환자 진료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최 회장은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의료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뜰하게 살펴 지원하며 응원하고, 나날이 쌓여가는 피로와 정신·신체적 소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의료진의 사기를 더 진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정치권이 의료인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황당하고 잘못된 법안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서영석 의원의 약사법 개정안이 대체조제 활성화를 통해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생물학적 동등성이 같더라도 치료효과가 같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임상의사는 같은 성분명을 가진 여러 의약품 중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처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약사가 이를 다른 약으로 대체해야 한다면 당연히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와 상의한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의약분업이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 갈등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성분명 처방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인식이다.
최 회장은 "곧 시작되는 백신접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민건강을 위해 헌신할 각오를 다지는 의사들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가져올 엄청난 부작용과 갈등, 악영향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고 토로했다.
방사선 발생장치의 관리·운용 자격을 명확히 하겠다는 미명 아래 의료기관 개설자인 의료인이 직접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 책임자가 되도록 명시하겠다는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도 짚었다.
의료법 개정안은 한방의료기관 개설자이자 의료인인 한의사를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는 한의사에게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가 되는 길을 터 주면 결국 현대의료기기의 사용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행 의료법에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행정력 낭비일뿐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한의계는 한의사의 X-ray 사용을 위해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은 "분명하게 서로 구분되는 다른 역할을 가진 보건의료 직역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킬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13만 의사의 등에 국회가 칼을 꽂는 배은망덕한 '배신입법'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두 개정안의 입법 추진에 대한 의료계의 강력 대응도 경고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의료계와 협의없이 정책을 추진해 의사들을 거리로 이끌었는데 다시 한 번 양대 악법을 내세워 지치고 힘든 의사들을 다시 거리로 불러내려 한다"며 "두 악법이 추진되면 의사들은 그 길을 절대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회 앞 기자회견에는 박종혁 총무이사·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