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 전도된 의사면허 취소법 철회" 촉구
"의협 중앙윤리위에 실질적 징계권 줘야"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기호 6번)가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사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한 사람의 국민일 뿐이며, 보장받아야 할 헌법적인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에서 보류됐다. 15일 이후 본회의에서 재심사될 예정인 가운데, 법안 수정·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동석 후보는 3일 성명을 통해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전례에 따라, 수정을 통해서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지 법안 자체가 폐기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특히 '직장 내에서 금전적인 사고를 일으킨 직원'과 '직장 밖에서 사고를 일으킨 직원'을 빗대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자를 택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윤리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직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바가 없고 또 사법절차에 따라 개인적으로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 법안과 관련 "의사가 의료행위에 상관없이 무관한 모든 범죄에 대해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사면허를 정지·취소당하고, 일정 기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결국 의사면허가 의료행위가 아닌, 일상생활 중 범법 행위로 인해 정지나 취소된다면 자연인으로서 의사들의 생활이 매우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일차원적인 얘기는 하지 말기 바란다"면서 "의사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한 사람의 국민일 뿐이며, 보장받아야 할 헌법적인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서도 "제외되지 않았다면 의사의 소신 진료를 크게 위축시키고 또 치료해도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는 중환자나 중증외상 등의 경우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기피할 수 있어 법안에서 제외된 것 같다"면서 "의사들을 너그럽게 배려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인격이 뛰어난 의사와 실력이 뛰어난 의사 중 한 사람만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김동석 후보는 "전문가로서 의사의 윤리성은 의료기관 내에서 자신의 직업윤리를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 인품을 갖춘 의사도 업무상 큰 과실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물론 사회적인 존경과 직업적인 실력을 모두 갖춘 의사라면 금상첨화이고 국민들도 그러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의사가 다 이상적인 위인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극단적인 예로, 중병에 걸렸거나 크게 다친 환자가 인격이 뛰어난 의사와 실력이 뛰어난 의사 중 한 사람만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생활인으로서 의사보다 직업인으로서 의사가 더 중요하다는 예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최근 말기 암을 낫게 해준다면서 수천만 원의 비용을 받고 산삼약침 주사를 놓았다가 오히려 병세가 더욱 악화돼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의 유족들에게 부당이득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했다.
김동석 후보는 해당 판결을 언급하며 "오히려 이런 경우가 민사소송보다 의료법에 의한 무거운 징벌이 필요한 경우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해 의사면허가 정지·취소되는 것보다 비과학적 또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로 의사면허를 정지·취소하는 것이 유사한 피해자들을 막는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과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전문직업인의 결격사유와 관련해 의사와 변호사는 서로 같지 않다고 판단한 점을 먼저 짚었다.
김동석 후보는 "의사의 경우 직업적인 역할과 권한, 책임의 범위가 의학적 영역으로 국한되지만, 변호사는 그것이 법률 업무 전반에 해당된다"며 "따라서 법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직업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격을 유지한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지난 2000년에 형법 상 직무 관련 범죄나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의사면허 취소의 사유가 국한된 것은 법리적으로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모든 범죄로 다시 확대시키는 것은 법률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석 후보는 "국민건강에 보다 공헌하기 위한 윤리적인 책임을 부여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의협의 중앙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징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시하며 "국회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