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 트렌드로, 당뇨병 정복 꿈꾸다
성인 7명 중 1명 꼴 발병, 당뇨병 치료 현 주소와 남겨진 과제는
■ 당뇨병 치료의 현 주소와 남겨진 과제는?
인슐린 발견 이후 100년 동안 큰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의 당뇨병 정복에 대한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전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 수는 2019년 현재 4억 6300만명으로, 이러한 추세라면 2045년에는 7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약 7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로, 최근 7년간 꾸준히 13% 내외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당뇨병 관리 수준도 높지 않아, 당뇨병을 가진 성인 10명 중 6∼7명 만이 본인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었고,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6명에 그쳤다(표 1).
치료 목표가 상향되면서 혈당 조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적극적이고 엄격한 혈당조절은 당뇨병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합병증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뇨병 초기 엄격한 혈당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내 당뇨병 환자 10명 가운데 정상 수준인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는 3명에 그쳤고, 당화혈색소가 8.0%을 넘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례도 10명중 2명에 달한다.
당뇨병 주사 치료에 대한 선입견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을 받은 국내 환자의 인슐린 주사 치료율은 6.4%에 그쳤다(표 2).
미국당뇨병학회(ADA)가 최근 집계한 미국 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주사 치료율이 29%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인데, 그나마도 2018년에 비해 2%가 더 떨어졌다.
실제로 2019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경구용 혈당 강하제 복용 환자 중 주사 치료제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환자는 10명 중 1.5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진 권유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주사 치료제 처방을 거절하는 사례도 있는데, 환자들은 △잦은 투약 횟수 △일상생활에서의 제약 △주사바늘에 대한 공포심을 주사처방 거절 이유로 들었다. 많은 환자들이 주사 치료에 대해 적지않은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 트렌드로 진전, 당뇨병 정복을 꿈꾸다
최근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은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 전략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합병증 위험이 높거나 이미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혹은 동반질환으로 인해 복용하고 있는 약이 많은 경우에는 환자의 상황에 맞는 개인별 맞춤치료가 더욱 필요하다.
특히 심혈관계질환은 당뇨병 환자의 가장 주된 사망 원인이다. 당뇨병 학회에 따르면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남자는 2∼3배, 여자는 3∼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환자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심혈관합병증은 관상동맥질환·뇌졸중·말초동맥질환·심근병증·심부전 등이다. 때문에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 심부전이나 만성신장질환 동반 환자의 경우 각각의 동반질환 관리에 임상적 이점이 확인된 약제가 우선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당화혈색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혈당 조절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처방받고, 3개월 내 당화혈색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GLP-1RA, SGLT2i, DPP-4i, SU/(GLN), α-Gi, Insulin, TZD 등을 함께 투약 혹은 투여하는 2제 요법이 권고된다.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획일화된 혈당 목표를 넘어 환자의 다양한 임상적 상황이 고려된 기준을 세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심혈관계 및 만성 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을 고려해 병용 약제를 선택할 것을 권고했으며,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메트포르민 단독 요법으로 1차 치료에 실패한 경우 심혈관계 질환 등 동반질환을 고려하도록 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에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추가 약제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당뇨병 극복을 위한 인류의 열망은 인슐린을 통한 혈당 조절을 가능하게 했고 동반질환까지 관리하는 맞춤형 치료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100년, 당뇨병 완전 정복을 위한 인류의 또 다른 발견은 무엇이 될까.
[인터뷰] "당뇨병 극복 위한 2차 혁명 필요한 때"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협력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은 지금, 국내 당뇨병 치료 현장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까.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협력이사인 최성희 교수는 지금까지 인류가 일궈온 비약적인 치료제의 발전과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밑거름 삼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Q. 올해가 인슐린 발견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인슐린은 혁신적인 치료제이다. 인슐린 발견 이후 1형 당뇨병 환자의 기대 수명은 32세에서 60대 후반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1형 당뇨병 뿐 아니라 2형 당뇨병에서도 인슐린은 매우 중요한 치료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가올 100년을 위한 또 다른 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Q. 보다 효과적인 당뇨병 극복을 위해 어떤 과제들을 극복해야 할까?
낮은 혈당 조절률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대한당뇨병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7년 동안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13% 내외로 높은 수준이고, 혈당조절률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혈당조절률이 조절되지 않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새로운 계열의 약물인 GLP-1도 주사제라 여전히 투약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권해도 환자가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보니,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이를 권하는데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약물이 출시돼도 보험 적용 등의 문제로 사용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효과적인 혈당 조절을 위해서 최적의 치료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 비만 등 동반질환에 따른 치료 전략을 마련하고 환자가 경구제만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초기 환자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주사제 투약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 맞춤형 치료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Q. 당뇨병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나?
정부와 연구자, 제약사, 환자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 당뇨병을 단순히 경증으로 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전문 의료진과의 심층적인 논의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당뇨병 치료 약물에 대한 급여 적용 및 급여 기준 설정의 문제는 과학적인 근거 중심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전 세계적인 당뇨병 치료 트렌드를 한국 환자들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기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통해 발 빠르게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치료 일선에 잘 전달되고 자리를 잡는다면 혈당조절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