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만 명 부족? 보정심 첫 회의 또 그 보고서 '등장'

의사 1만 명 부족? 보정심 첫 회의 또 그 보고서 '등장'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3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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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보사연 근무일수 통계 최대 265일...적게 잡아도 278일"
정부, 의료혁신·의정 협의체·보정심서 '보사연 연구' 앞세워 "의사 증원" 강조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신영석 보사연 선임연구위원)' 일부 발췌 ⓒ의협신문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신영석 보사연 선임연구위원)' 일부 발췌 ⓒ의협신문

15년 후인 2035년에는 국내 의사인력이 적게는 9654명에서 많게는 1만 4631명까지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첫 회의에도 '어김없이' 올라왔다.

지난해 전국의사 총파업까지 촉발한 '의대 증원' 이슈를 정부가 보사연 연구결과를 토대로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열린 제1차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신영석 보사연 선임연구위원)'를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회의에서 보사연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2월 3일 열린 의·정 협의체에서도 의료계와 협의 없이 보사연 연구를 제시하며 별도의 논의를 시도하려다 반발을 샀다.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에서 시민사회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우회적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입을 통해 '의사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30일 보정심 회의자료를 살펴보면 보건복지부는 "2020년 10월 수급추계 모형과 관련 의료인력단체·전문가 등 대상 간담회를 진행했고, 직역단체별 연구내용을 공유·의견을 수렴했다"고 명시했다. 회의자료에는 조민호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도 참석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보정심 회의자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역단체별 연구내용을 공유한 것은 사실이나, 의료단체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조민호 의협 기획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먼저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조 이사는 "당시 해당 연구 외에도 의대 정원을 1500명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나 로컬 개원의들은 전문과를 할 필요가 없다, 전문의가 너무 많다는 등의 극단적인 주장이 오갔던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당연히 반발했다. 해당 연구와 관련해서는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 쏠림 문제 완화를 위해서는 지역수가 등 현실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설명한 조 이사는 "하지만 대부분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료계 "보사연 근무 일수 240, 265일 계산 오류...적게 잡아도 278일"

보정심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보사연 연구에서 의사들의 1년간 근무일수를 240일, 255일, 265일로 잡은 것부터 큰 오류"라면서 "보사연 진료일수 기준은 의료계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성종호 이사는 "보사연이 근무 일수를 너무 황당하게 잡았다. 러프하게 계산해도 최소 278일이 표준이다. 계산상 근무일수가 275일을 넘으면 의사 공급량이 과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성 이사는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의사가 상당하다. 특히, 토요일의 경우 4시간이므로 거의 2일 가까운 근무를 하고 있다"며 "병원급의 경우에는 300일 가까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사연 연구의 한계를 짚었다.

2021년 기준, KOSIS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인구성장률은 지속적인 하강 곡선을 이루고 있다. ⓒ의협신문
2021년 기준, KOSIS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인구성장률은 지속적인 하강 곡선을 보이고 있다. ⓒ의협신문

수요와 공급량 만을 단순비교하는 보사연 연구 방식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 이사는 "의료인력 추계는 GDP, 의료정책 변화, 문명의 발달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의료인력 추계는 상당히 복잡하고,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에서는 법에 따라 할 일을 하는 게 맞지만, 의료계를 비롯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 성 이사는 "입맛에 맞는 통계자료만 만들어선 안 된다. 이러한 일방적인 통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보사연 <보건의료인력 종합 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5월 발표

제1기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구성(임기, 2023년 1월까지) ⓒ의협신문
제1기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구성(임기, 2023년 1월까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한약사 6개 직종에 대한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며서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의료인 등) 연구>는 5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개 보건의료인력 직종 중 조산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을 비롯한 나머지 14개 직종에 대한 수급 추계 연구는 올해 하반기 완료할 예정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보정심 모두 발언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우수한 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면서 "보다 나은 보건의료인력 양성·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보건의료인단체, 노동자단체, 전문가 여러분 모두가 지혜를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보사연의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약사·한약사 등 6개 직종을 대상으로, 미래 특정시점의 의료 이용량(인력수요)과 의료인력 공급량을 추계한 뒤 각 직종 인력의 과잉 또는 부족 상황을 담고 있다.

의료인력 수요는 2010∼2018년 국민 의료 이용량과 보건의료인력 활동자 수 추이를 토대로 2025년·2030년·2035년의 특정 미래 시점을 잡아 수급 상황을 예측했다.

의료인력 수요 계산은 연간 국민 총 의료이용량을 연간진료일수와 의료인력 1인의 1일 환자 진료량을 곱한 값으로 나누는 방식을 차용했다.

보사연 연구팀은 2025년 연간 진료일수 240일을 기준으로 2294명, 255일을 기준으로 1412명, 265일 기준으로 879명의 의사인력이 수요에 비해 모자랄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2030년에는 ▲240일 7168명 ▲255일 5251명 ▲265일 4094명이, 2035년에는 ▲240일 1만 4631명 ▲255일 1만 1527명 ▲265일 9654명의 의사 인력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과잉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치과의사는 2035년 진료일수 265일을 기준으로 6114명, 240일 기준으로 5803명이 과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의사는 2035년 진료일수 265일을 기준으로 1751명, 240일 기준으로 1343명이 과잉일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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