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SD, 4월부터 가다실·가다실9 가격 15% 인상 통보
醫 "독점지위 이용한 기습 인상...뒷감당은 병·의원 몫" 반발
한국MSD가 자사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과 '가다실9'의 가격을 4월부로 15% 인상키로 하면서, 의료계 안팎에서 뒷말이 일고 있다.
시장 독점에 따른 가격인상 우려가 결국 현실화된 모양새인데, 뒷감당은 고스란히 의료기관과 환자 몫으로 남겨진 터라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MSD는 지난달 일선 의료기관에 4월부터 가다실과 가다실9의 가격을 기존 공급가 대비 15% 인상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출시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속적인 생산투입 비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인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게 업체의 설명이다.
의료계는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환자들에 가격인상 소식을 알리는 숙제를 안게 된 까닭인데, 특히 초회 접종을 마치고 추가 접종을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에 달라진 가격을 고지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걱정이다.
산부인과 개원가 관계자는 "결국 가격인상에 따른 뒷감당은 온전히 의료기관의 몫"이라며 "특히 이전 가격으로 초회 접종을 이미 마친 환자의 경우, 남은 1∼2회 접종 때 갑작스럽게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셈이라 양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MSD가 시장 독점 지위를 이용해 백신 단가인상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가다실9은 2016년 출시 이후 큰 폭의 성장세를 거듭, 민간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에서 사실상 독적점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가디실9 처방액은 2016년 25억원에서 2018년 208억원, 2020년 428억원으로 광폭 성장했다. 반면 경쟁제품이었던 GSK 서바릭스 처방액은 2016년 76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양분된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에서 각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가다실+가다실9'이 95%, 서바릭스가 5%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각각 80%와 20%였던 점유율 격차가 더욱 눈에 띄게 벌어진 셈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민간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은 사실상 가다실9 독점체제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업체가 기습적으로 공급가격 인상을 통보한데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백신 가격 인상에 따른 뒷감당을 고스란히 병·의원이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백신의 '공급가격'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도 비싸진 가격에 백신을 사다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일 뿐 이익을 더 남기는 일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공급단가가 상승으로 매출이 높아지면 성실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백신 가격이 오르면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들이 더 많은 마진을 갖는다고 오해하기 쉬워 상황을 설명하는데 부담이 크다"며 "업체는 가격인상만 통보하면 그만이겠으나, 일선 의료기관들이 혼란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