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에스트로겐·인슐린·성장 인자 등 암세포 성장 촉진 호르몬 증가
이정선 인제의대 교수, 유방암 환자 418명 '종양크기·림프절·병기' 분석
비만한 여성이 정상 체중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시 유방암 중증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선 인제의대 교수(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유방외과)는 BMI 25㎏/㎡ 이상인 비만 여성이 정상 체중(BMI 18∼25) 여성보다 유방암 중증도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Obesity Status among Breast Cancer Patients Based on the Korean Obesity Index Standard Reference in the Aging Community)를 한국유방암학회 학술지 <Journal of Breast Disease>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418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발한 '한국인 비만지수 참조 표준'을 적용했다. 건보공단 비만지수 표준은 나이·지역별로 백분율을 분석한 데이터로 상대적인 비만 개념이다. 예를 들어 20∼24세 여성의 상위 75%의 BMI는 22.9㎏/㎡지만, 69∼70세에는 26.6㎏/㎡로 차이가 난다. BMI 상위 75%는 동일 연령대 100명 중 75번째로 체중이 높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유방암 0기와 1기 환자는 정상체중 여성 비율이 31.9%로 비만여성(27.3%)보다 높았다.
하지만 2기부터 병기가 올라갈수록 비만 여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기 환자는 비만여성이 32.8%로 정상체중 여성(27.4%)보다 5.4%포인트 더 높았다. 3기는 비만여성이 9.8%로 정상체중(7.8%)보다 2%포인트 높았으며, 4기는 비만여성(2.7%)이 정상체중 여성(0.7%)보다 4배 가량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수는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유방암 위험인자인 나이와 지역별 특징을 고려한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나이·지역별 BMI(체질량 지수) 상위 75% 이상인 그룹과 75% 미만인 그룹의 유방암 중증도 비율을 분석한 결과, BMI 상위 75% 이상 그룹의 모든 연령에서 유방암 발생 시 유방암 중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종양 크기도 BMI 75% 이상 그룹이 평균 2.15cm로 BMI 75% 미만 그룹(1.91cm)보다 컸다. 전이된 겨드랑이 림프절 개수도 BMI 상위 75% 이상 그룹이 1.75개로 75% 미만 그룹(1.02개)보다 많았다.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는 유방암 세포가 겨드랑이 림프절로 침범했다는 뜻으로 병의 진행 정도를 비교하는 중요한 인자.
이 교수는 "비만은 유방암의 위험요인이자 특정 유방암에서 치료 결과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살이 찌면 에스트로겐·인슐린·성장 인자 등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증가해 특정 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고, 비만으로 인해 자각증상으로 조기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어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기 때문에 중증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BMI와 유방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잘 확립되어 있지만, 대부분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거나 서구의 비만지표를 이용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한국인 비만 지표를 활용한 연구로, 유방암 환자와 개인의 비만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