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비급여 강제 공개 중단" 공동 성명
비급여 정책 방향도 없이 일방적 강제 비판…"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국가가 개인의 쌍꺼풀·인공중절수술 내역까지 알아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강원도의사회·강원도치과의사회·강원도한의사회는 4월 28일 저녁 춘천 잭슨나인스호텔에서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3월 29일 '비급여 보고 의무화법'을 확정 고시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도 1년에 두 차례 616개 비급여 진료항목의 진료내역과 비용을 강제 보고하고 공개토록 고시했다. 정부는 의원급을 상대로 4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비급여 진료비를 보고할 것을 고지한 상태. 이를 위반 시에는 100∼200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고시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감한 개인 진료정보를 노출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국가는 의료비용을 지불하면서 '여기까지'와 '보다 더'의 경계를 정하는 게 책무"라며 "건강과 의료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없다. '보다 더'는 개인 부담이다. 관리기전이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개인부담 영역까지 관리와 통제의 칼날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김택우 회장은 "정부는 비급여를 사회악으로 호도하기 전에 왜 만들어졌는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비급여는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해 한시적으로 급여에서 제외시킨 것 아닌가. 비급여 정책 방향이 무엇인가. 정책 방향부터 제시하라"고 통박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무화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생각할 내용을 짚었다.
김택우 회장은 "정부는 건강보험제도가 지불 가능한지 지속 가능한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사회보험제도의 원칙을 지키고 선택적 영역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며,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며 "요양기관당연지정제의 특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의학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게 할 것인지, 적당히 할 것인지 논의할 때"라며 "건강 및 의료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획일화된 제도권 편입 문제는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우 회장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비급여 진료비 강제보고 의무화법에 대한 위헌심판 소송이 진행중이다. 판결전까지라도 비급여 보고 의무화 시행을 멈추고 의료전문가와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과 민감함 개인 진료정보를 지키고자 하는 의료계의 노력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변웅래 강원도치과의사회장도 비급여 관련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변웅래 회장은 "정부는 국민건강을 도외시한 채 동네의원까지 수가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환자 알권리 보장은 허울뿐이며, 오히려 개인 진료정보가 노출될 수 있고 의원급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행정업무가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업수행 자유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전원재판부에 심판 회부됐다. 서울시치과의사회는 매주 목요일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의료인들은 헌재가 합리적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동 성명서 발표에 대한 의미도 되새겼다.
변웅래 회장은 "전국적으로 의사·치과의사·한의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며 "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철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명균 강원도한의사회장은 졸속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오명균 회장은 "비급여 진료내역과 비용까지 국가 통제 아래 두려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의료기관에 큰 행정부담을 주는 정책을 관련 전문가 단체와 협의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3개 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비급여 진료 관련 의사 본연의 업무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가중시키는 무분별한 정책 시행 즉각 중단 ▲개인의료정보 노출이 우려되는 진료 자료의 수집과 공개 및 지속적 현황보고계획 즉시 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어 의료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현행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시행하고 있다고 천명하고, 정부의 추가적인 관리와 통제는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