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100년…'냉장 보관·고가·힘든 자가관리' 3가지 오해
세계 당뇨 환자 4억 6300만명…환자 절반, 인슐린 접근 못해
인슐린 발견 100주년…당뇨에 관한 세 가지 오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인류는 기념비적인 의학적 돌파구를 찾는다. 바로 인슐린의 발견이다. 당뇨 환자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 발견이었다.
인슐린을 발견한 캐나다 출신 의학자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단돈 1달러에 인슐린에 대한 특허를 토론토대학에 팔았다.
"인슐린은 제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을 위한 것입니다."(프레더릭 밴팅)
전 세계 당뇨 환자의 수는 약 4억 63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한 세기 동안의 의학적 진보에도 현재 전 세계 당뇨 환자 중 절반이 인슐린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한계나 가난·피난·분쟁 등으로 치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인슐린 투여 등 정기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혈당이 높아져 심장질환이나 신부전·신경 손상·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
전 세계 당뇨 환자 수는 4억 6300만명으로 지난 3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저·중소득국에서 환자 수가 현격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치안이 불안정하거나 보건 위기가 만연한 지역이 포함된다.
이는 여전히 수많은 지역사회에서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가 인슐린에 접근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지역 주민이나 난민·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당뇨병을 치료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세계적 보건위기 문제 처럼 당뇨 환자가 인도적 위기 상황 속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건 정책이 당뇨병 치료에 대한 접근성 저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아, 그간 흔히 접해 온 '당뇨병에 대한 세 가지 오해'를 짚고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인슐린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은 대부분 인슐린 보관 권장 온도보다 기온이 높다. 환자들은 인슐린을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오해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은 당뇨 환자에게 냉장고가 없을 때 문제가 된다. 가난 때문일 수도 있고,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난민 캠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안정적인 냉장 시설을 사용할 수 없는 당뇨 환자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보건소에 가서 인슐린을 받아야 하는데, 비용이 들 뿐아니라 치안이 불안정한 곳의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국경없는의사회와 제네바대학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슐린은 섭씨 37도에서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 활동 경험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입증했다. 따라서 각 제약회사의 인슐린 보관 지침은 수정돼야 한다.
냉장시설 없이도 진흙으로 만든 항아리 등을 사용해 인슐린을 안정적인 온도에 보관하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도 있다.
인슐린은 생산비가 매우 높다?
인슐린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 다는 오해다.
현재 인슐린 시장의 99%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disk)·일라이 릴리(Eli Lily)·사노피(Sanofi) 등 3개 대형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인슐린 가격을 불합리하게 책정하면서 수억 명의 당뇨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자 한 명이 1년간 사용하는 인슐린의 생산비는 최대 약 102파운드(16만원)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프로젝트에서 쓰이는 인슐린에 책정된 가격은 투약 방식이나 종류에 따라 환자 한 명당 220파운드(약 34만원)에서 900파운드(약 140만원)에 이른다.
현재 몇몇 제약사가 제네릭(복제)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 구호 단체의 당뇨 치료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제네릭 인슐린은 승인받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복제의약품 제조사가 인슐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옹호 캠페인을 펼치며 세계 당뇨 환자의 관련 의료 도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뇨는 자가 관리가 어렵다?
당뇨병은 개인이 관리하기에는 까다로운 질환이다. 특히 1형 당뇨병은 더욱 복잡하다. 당뇨병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환자가 손가락 끝부분에서 채혈해 혈당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하고, 하루 최대 6회 직접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대부분 지역은 식량이 부족해 당뇨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원만 있다면 당뇨 환자의 자가 관리가 훨씬 수월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인슐린 펜 등 자가 투여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새로운 도구와 지속적으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기 등으로 환자들은 더 이상 채혈을 위해 하루에 여러 번 손가락 끝을 찌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의료기기는 가격이 비싸 저소득국가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렵지만, 이 접근 장벽을 낮춘다면 환자는 장기적으로 합병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당뇨 환자의 안전한 자가 관리를 지원하며 추후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