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4단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 촉구
의료 4단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 촉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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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공동 기자회견 "환자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 노출" 우려
의협·병협·치협·한의협 "강제 신고→임의 신고, 제도 개선" 요구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강제 공개' 추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가 정책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의료 4개 단체는 4일 오전 11시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추진 재고를 촉구했다.

지난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 시켰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공개 대상 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에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 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 항목도 지난해 564개서 올해 616개로 늘어난다.

또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고, 자료를 미제출 하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관은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의료 4개 단체는 "현재도 의료기관 내에 비급여 항목을 공개해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는데, 비급여 진료내역까지 자세하게 보고를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의료 4개 단체는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 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 왔다"며 긍정적인 면을 부인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과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의료기관이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도록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지, 비급여 진료비용만 신고를 의무화하면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부각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은 급여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비용 부담을 선택할 수 있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 국민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의료 4개 단체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정부는 비급여에 대해 과(過)만을 부각해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한다면 이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관련 법령 개정 과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의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상세히 수록한 비급여 코드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시간 보고를 하게 되면 국가는 어떤 환자가 언제 어느 산부인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비뇨의학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무슨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며 "환자의 입장에서 매우 두려운 일이고, 예민한 자료가 외부 유출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 4개 단체는 환자의 불안과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불합리한 비급여 통제 정책의 추진을 즉각 재고해 달라며 ▲정부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라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바,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하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의료 4개 단체 대표들도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때문에 진료현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워한다"며 "정부는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비급여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등의 신의료기술은 많은 연구비용이 들어가는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로 남겨 놓은 것인데, 건강보험 재정에서 수가로 보전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비급여는 나쁜 것이라고 하면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환자들은 의료기관 내에서 비급여 진료비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자세하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라는 것은 의료인을 통해 비급여 데이터를 취합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행정편의적 발상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 자체를 상품화하게 되면 인터넷 최저가 구매처럼 비급여 진료를 환자들이 받아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누군가는 이득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도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내역을 가격순으로 게시를 하게 되면 국민들은 최저가 가격으로 의료쇼핑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의료영리화로 가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며 의료의 상품화를 우려했다.

의료 4개 단체는 앞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지난주에도 정부와 의료 4개 단체 회의가 있었다"며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고, 정부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4개 단체가 함께 정부와 실무협의를 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의료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향이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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