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 회원 '면허취소'...강력 '자율징계권' 의협 확보해야

비윤리 회원 '면허취소'...강력 '자율징계권' 의협 확보해야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1.05.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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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국가주의 '변질', 사회적 권위 '적폐' 부정...'의사윤리강령' 돌파구
임기영 교수, 의료윤리연구회 강연 "자율징계 계속하고, 면허취소권 요구해야"

임기영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3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 강의를 통해
임기영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3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 강의를 통해 "의료인단체가 자율규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비윤리 회원의 면허 취소권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협신문

'의사윤리강령'에서 명시한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대한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비윤리적인 회원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의사회가 'AMA 의사윤리강령'을 위반한 비윤리적인 회원의 면허를 취소하는 등 준사법적인 제재를 하고 있는 것처럼  강력한 '자율징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영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는 3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제99차 의료윤리연구회 월례모임 '자율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 강의를 통해 "의료인단체가 자율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면허취소권과 같은 강력한 징계권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사법부는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집단의 자율징계권을 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동업자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징계 대상자 역시 자신의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가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단체의 자율징계를 정부와 사법부는 물론 이해 당사자에게 부정당한 대표적 사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모 연예인 경조증 진단 사건, 고려의대 성추행 남학생의 성균관의대 재입학 사건, 인하의대 여대생 성희롱 사건 등을 들었다.

임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건은 신경정신의학회에서 회원 징계를 결정해 제명 조치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는 물론 보건복지부에 전문의 자격 취소와 행정처분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전문의가 징계 무효소송을 벌이는가 하면, 보건복지부는 1년이 넘도록 학회의 징계 요청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면서 "의협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내린다 해도 의사회원 자격정지 3년과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것이 고작이다. 학회가 제명하고, 의협이 의사회원 자격정지를 해도 실질적인 처분권이 없다보니 진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고려의대 성추행 남학생의 성균관대 재입학 사건 역시 대학에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무사히(?) 졸업했고, 인하의대 성희롱 사건 역시 대학에서 무기정학과 유기정학 등 징계 조치를 내렸으나 법원이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해 징계를 무력화 했다"면서 "대학의 교육적·윤리적 판단을 법원이 뒤집어 버렸다. 정부와 사법부는 전문가집단에 자율징계권을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전문가 집단 내부에서도 일부 의사들은 그 어떤 비윤리적 불법행위도 감싸주는 것이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비정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자율규제는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반대에 직면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임 교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변질과 몰락 속에 공동체 내의 인간이 아닌 고립된 개인으로 전락하면서 시민권이 퇴화하고, 사회규범이 권위를 상실한 채 거대한 국가 권력에 매달리는 세태에 주목했다. 

"자유주의는 존엄·자유·평등·정의를 주장하지만 공동체 내의 인간이 아닌 고립된 개인으로, 자치하는 역량으로서의 자유(res publica)가 아닌 외부 제약의 부재(res privata) 속에 반문화와 인문학의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임 교수는 "공적인 것보다 사적인 것을, 시민정신보다 자기 이익을, 공동선보다는 개인들의 의견을 강조하면서 시민권의 퇴화와 함께 고립된 개인을 양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시민권이 퇴화하면서 새로운 귀족정(貴族政, aristocracy)이 등장하고, 국가 권력이 날로 거대해지는 현상을 경계했다. 

"국가는 개인주의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고, 개인주의는 국가의 권력과 권한을 확대하는 주된 원천이 되고 있다"고 밝힌 임 교수는 "시민권의 퇴화 속에 무력화된 개인은 가재·붕어·개구리로 전락하면서 로마시대 귀족과 같은 귀족정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전문직 의사들의 자율징계권이 부정당하는 원인을 "개인주의와 국가주의가 결탁해 의사자율징계권을 부당한 권위에 의한 적폐로 규정하기 때문"이라며 "가정(부모)의 권위, 연장자의 권위, 교회의 권위, 학교의 권위, 회사의 권위가 부정 당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자율징계권과 권위가 부정당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임 교수는 미국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AMA code of ethics)과 준사법적 권한을 갖는 면허관리기구를 제안했다. 

AMA 윤리강령은 의사·환자·사회가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사회 계약에 근거한 상호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면허관리기구는 AMA 윤리강령은 물론 실정법을 위반한 회원에 대해 법원의 1심과 같은 준사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임 교수는 환자와 의사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윤리강령을 토대로 견고한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윤리 회원에 대한 행정처분과 같은 낮은 수위의 요구가 아닌 면허취소라는 강력한 제재권까지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했다든가, 심지어 살인을 한 경우, 기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파렴치하고 비도덕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해당 의사의 면허취소를 할 방법이 없다"면서 "의협 중윤위에 강력한 징계 기능이 없다보니 의사들의 파렴치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의협과 중윤위가 제식구 감싸기만 한다', '의사면허는 살인을 해도, 강간을 해도 끄떡없이 유지되는 철밥통 면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임 교수는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했다든가, 심지어 살인을 한 경우, 기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파렴치하고 비도덕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해당 의사의 면허취소를 할 방법이 없다"면서 "의협 중윤위에 강력한 징계 기능이 없다보니 의사들의 파렴치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의협과 중윤위가 제식구 감싸기만 한다', '의사면허는 살인을 해도, 강간을 해도 끄떡없이 유지되는 철밥통 면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이날 월례모임에 참석한 주영숙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은 "중윤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징계는 3년 이하의 회원권리정지라서 면허와는 무관하고, 자체적으로 면허를 취소할 방법이 없다"면서 "품위 손상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에 행정 처분을 요구해도 행정 처분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토로했다. 

의료윤리연구회 회원들은 "의협 중윤위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해 진정한 면허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명실상부한 의사 집단의 자율규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참석자들은 의협이 산파 역할을 맡아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칭 대한의사면허관리원을 확대 재편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의사조직이 자율 규제를 올바르고, 확고하게 정립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무분별하게 의사를 옥죄는 법과 규제가 난무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계가 먼저 자율 규제를 스스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서울특별시의사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며 "2019년부터 2년 동안 모두 49건을 심의해 사안이 중한 9건은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주의 처분 31건, 혐의 없음 6건, 조사 중단 3건, 비의사 고발 1건을 처리했다"며 "전평제 위원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면담·서면 조사를 실시했다. 문제가 있는 회원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명진 초대 회장은 "건강한 회원은 보호하되, 환자에게 해악을 주는 비윤리적인 회원은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면서 "일부 의사들의 일탈로 인해 전체 의사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알콜·마약·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는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동료의사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면서 "단순한 징계 업무 이외에 면허발급과 유지, 역량 평가, 진료행위 중 발생하는 모든 불만과 고발 사항에 대한 중재 및 처리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의료윤리연구회는 6월 월례모임 100회를 맞아 2010년 창립총회 당시 강연을 맡은 맹광호 가톨릭대 명예교수를 초청, '의사의 길'을 주제로 앙코르 특강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개원의사로서 갖춰야 할 의료윤리와 직업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개원의를 주축으로 지난 2010년 9월 6일 출범한 순수 연구단체. 매월 첫째주 월요일 저녁마다 월례모임을 열어 의료윤리 전반에 관해 학습하고 있다.

초대 이명진(서울시 금천구·명이비인후과)·2대 홍성수(경기도 성남시·연세이비인후과의원)·3대 주영숙(서울시 양천구·주안과의원) 회장이 기반을 닦았고, 4대 최숙희(서울시 서초구·서울외과의원 부원장·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겸임교수)·5대 김윤호(서울시 광진구·김윤호내과의원) 회장에 이어 2020년부터 6대 문지호 회장(서울시 금천구·명이비인후과)이 기둥을 세우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 가입은 개인회원은 연 10만원(단체회원 연 50만원 이상)이며, 월례모임 시 1만원을 납부하면 된다(카카오 뱅크 7979-26-38669 임대원 의료윤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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