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서울대병원 PA 합법화 선언…보건복지부 "몰랐다"

[초점] 서울대병원 PA 합법화 선언…보건복지부 "몰랐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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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서울대병원 사전협의 '전무'"...TF서 논의
'전문간호사제도' 통한 합의점 시도 가능성↑…政 "협의체 구성" 예고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보건복지부가 서울대병원의 '병원 내 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 합법화 선언'과 관련, 사전에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보조인력 문제는 새로운 '업무범위협의체'를 구성, 논의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의사보조인력'(PA) 명칭을 CPN(Clinical Practice Nurse)으로 바꾸고 업무 체계와 범위를 설정키로 하는 등 사실상 PA 합법화를 선언했다.

무면허 또는 면허 외 의료행위를 의미하는 PA는 의료법상 인정하지 않는 영역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많은 대형병원에서 공공연하게 PA를 활용하고 있다. 2019년 보건의료노조가 진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병원 10곳 중 7곳이 PA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PA는 여전히 불법 영역으로 의료계 내부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유지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전문간호사'를 규정하고 있지만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PA 문제가 다시 이슈화된 것은 보건의료노조의 성명 발표 이후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2일 간호사의 날 성명을 통해 스스로 "불법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고 폭로하며 다시 한번 PA에 대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서울대병원이 CPN 양성화를 선언하며 의사보조인력 문제에 손을 댄 것.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언이 정부와 사전협의를 통해 진행됐을 거라는 추측도 나왔다. 현행법상 불법 영역인 PA 문제를 국립대병원 단독으로 건드리기엔 부담이 컸을 거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전혀 몰랐다"며 사전논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의협신문 홍완기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의협신문 홍완기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18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정부 역시 기사로 서울대병원 건(PA 합법화 선언)을 확인했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직역에 따라 상황은 다르지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반대 성명과 법적 고발 카드까지 나오는 등 의료계 전반적 흐름은 '반대'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8일 성명에서 "PA 인정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서울대병원을 불법 병원으로 간주하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서울대병원 불법 행위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 법적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강도 높은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전라남도의사회·경상남도의사회 등 지역과 지역 의사회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대학병원이 주목적인 교육과 연구를 뒤로하고 이익 추구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사전 논의는 없다 하더라도 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PA 양성화를 위해 추진한 정책의 흐름을 볼 때, 서울대병원에 대해 행정조사 등 제재를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표면적으로 CPN을 '의사의 감독하에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로 정의, 현행 의료법 체계를 거스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현행법상 불법적인 선언에 대해 행정조사 등이 이뤄질 것인지를 묻자 "PA가 불법이라는 문제와 관련, 역할 자체가 진료 보조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사업무를 대신하는 것인지는 케이스별로 다르다"며 "정확한 판단을 먼저 하고, 그에 따라 편법적으로 운영될 수도 있는 PA제도에 대해서는 TF에서 충분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앞으로 상황 전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서울대병원 측에서 한 조치가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며 "정확한 상황을 확인한 뒤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무열 의협 대외협력이사(대외협력부회장 내정)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형병원에서 일을 진행했을 때는, 법률 자문을 분명히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간호사제도' 통한 'PA' 해결 시도 가능성↑

'의사보조인력 이슈'와 관련, 정부는 전문간호사제도 정립 과정을 통해 실마리를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과장 ⓒ의협신문 홍완기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과장 ⓒ의협신문 홍완기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단체별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당장 PA 도입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큰 원칙하에 관련 단체장들과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간호사제도는 2018년도 법 개정 이후, 아직 하위법령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되지 않았다"며 "5∼6월 정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말미에 "전문간호사제도는 PA와는 다른 쟁점"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법령에 근거를 둔 '전문간호사'와 PA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함께 다룰 수밖에 없는 업무영역이다.

더불어 보건복지부가 2018년도에 전문간호사제도에 대한 하위법령 마련을 시도하면서, PA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8년 당시 보건의료정책관이었던 이기일 보건복지부 실장은 "전문간호사는 현재 마취 등 13개 분야에 존재한다. 여기에 PA 역할을 녹이거나, 신설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새로 구성되는 '업무범위협의체'…의협, 이번엔 참여할까?

정부는 PA 문제와 전문간호사제도 등에 대한 논의를 추후 구성되는 TF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사·간호사 업무범위협의체' 구성 당시, PA 양성화 논의를 우려하며 불참했다.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이전에 운영했던 의사·간호사 업무범위협의체의 경우, 2019년 11월까지 운영하다가 코로나19로 중단됐다"면서 "현재는 의협 집행부 교체를 포함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아직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새롭게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간호사 업무범위협의체에 대해 "내부적인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무열 의협 대외협력이사는 "이번 서울대병원 조치와 관련 의료계 반발이 심한 곳이 많다. 하지만 분명히 이견이 있는 과제다. 대형병원 입장에서도 불법적인 영역을 정리하고자 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라면서 "의협은 의료계 가장 큰 집단이다. 이와 관련해 의견을 모으고자 한다. 현 집행부는 모든 단체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아우르자는 스텐스를 가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사안이다. 개인적으로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통 창구는 열어둬야 한다"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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