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간호업무 전문화·세분화 시급"...보선 앞둔 여야 '법안 발의' 압박
의료계 "실효성 없는 이기적 법안" 반발...대선 앞둔 정치권 행보 '주목'
21대 국회에서도 의료행위 내에서 간호사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려는 입법 시도가 재현,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005년 등장한 간호단독법은 매 회기 국회에서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보건의료직역 간 갈등 유발하며,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번번히 무산됐다.
이번에는 간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배경으로,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과 야당에 법안 발의를 압박하면서 성사됐다. 보궐선거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간호법 제정안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간호·조산법 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보설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측은 국회 공청회를 밀어붙이는 등 입법을 위한 준비 절차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간호사법이 제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보건의료직역의 강한 반대는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고,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눈치보기와 힘 겨루기가 벌써부터 시작돼 간호법 제정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다만 회원이 60만명이라고 주장하는 간호협회의 정치권 압박이 어느 정도 먹힐지가 변수다.
20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정무위원회)·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간호법안 전문가 좌담회'를 공동 주최했다.
배 의원은 "코로나19 대유행 등 신종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보건의료인력 특히, 간호인력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간호인력의 전문성과 간호서비스 역향 강화, 선진국형 간호인력 체계 구축,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등 간호계체 및 제도 전반에 대한 다각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좌담회 주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소외받는 노동자가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보건의료문제가 아닌 노동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시각을 나타냈다.
간호계는 여야를 막론한 관심에 그 어느 때보다 고무돼 입법 추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오랜 숙원인 간호정책과까지 신설되면서 간호계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신경림 간협 회장(19대 국회의원)은 좌담회 축사를 통해 "현행 의료법이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간호의 영역을 적극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법은 양질의 통합적 간호서비스 제공과 간호의 질 격차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며, 의료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에서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기초가 돼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범 보건의료계는 밀접한 직무연관성이 있는 직역단체들과 아무 협의 없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행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단독법을 제정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협은 "단독 간호법안은 현재 통합적 보건의료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역별로 독립법 제정 시 해당 직역에 유리한 입법추진례가 증가하고 개별법 간 상충으로 인한 의료현장 혼란 가중 ▲간호사 업무범위에 관한 조항은 의료행위에 있어 간호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려는 의도 ▲임금·근로조건 지침 및 간호사 확중 관련 책무 규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성 반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관련 조항 및 요양보호사 포함 여부는 의료체계에 적용할 상항이며 ▲의료관계법령 체계의 일관성 측면에서 의료법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병협·치협 역시 간호법 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있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의료계의 반대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간호조무사협회는 특히 유관 직종인 자신들과 협의 없이 제정안을 발의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특성(협업 및 연계성)을 고려하면 의료인의 자격·업무범위 등이 통합적으로 규율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적용대상이 요양보호사까지 확대되는 것이 적절치 않고, 직역 간 업무범위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더 했다.
그러나 법 제정에 찬성하는 측은 코로나19로 간호인력 부족을 경험했고,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따라 간호업무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시급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지난 17년간 간호단독법 입법 논의가 지속해서 불거졌지만 정치·사회적 변화 외에 찬반 의견은 달라진 게 없다. 따라서 이번 간호계와 의료계 등 보건의료직역의 입법 전쟁 역시 결국 정치권의 선택에 따라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며 한 발 빼고 있고, 신설된 간호정책과장은 시급한 현안으로 간호사 처우 개선을 꼽고 있어 여당도 이를 무시할 없는 상황이다. 야당도 막무가내로 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국회 주변의 예측이다.
다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는 10개월 여 앞둔 대선. 이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여야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간호단독법 제정을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