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대리수술' 병원 형사처분 받아도 '인증 취소' 별개…왜?

초점'대리수술' 병원 형사처분 받아도 '인증 취소' 별개…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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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평원 "불법 대리수술 우리도 답답..."
'개도·개선' 역할 수행하는 의평원서 풀어갈 문제 아냐

인천 21세기병원 정문 ⓒ의협신문 홍완기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인천 21세기병원 정문. ⓒ의협신문 홍완기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인천 21세기병원과 관련, 형사 고발 및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법원이 형사 처분을 하더라도 현행 기준으로는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 취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인증원)의 분석이 나왔다. 인증원은 의료기관 평가와 인증을 통해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애초에 인증 영역에서 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9년간 현장 점검 단 1회...허술한 인증 관리

해당 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이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부와 인증원의 인증 병원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됐다. 해당 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을 9년간 유지하고 있고, 전문병원 지정은 인증원의 '인증'이 필수 요건이기 때문.

실제 본지에서 해당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입구에는 보건복지부 인증의료기관(인증기간 2019.12∼2023.12) 마크와 보건복지부 인증 척추 전문병원(인증기간 2021. 1. 1∼2023. 12. 31) 마크를 내걸었다. 

하지만 해당 문제를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 등 개선과 개도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인증' 영역에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 해당 병원을 현지조사한 윤순영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9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의료기관평가 인증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리수술을 비롯해 불법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인증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의료기관평가 인증은 강제 사항이 아니며, 신청에 의해 진행한다. 기본적인 요건을 넘어 의료서비스 개선·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인증 사업은 성격 자체가 '불법 스크리닝'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만약 의료기관 인증 취소 요건에 부합한다고 해도 '시정명령' 등을 거쳐 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성격이 강해 생각처럼 즉각적인 '처분'을 하기도 어렵다.

임영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의협신문 홍완기
임영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의협신문 홍완기

임영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은 "해당 사건을 접하고, 참담함과 송구스러움을 느꼈다. 기준을 별론으로 한다면 당연히 '이런 병원이 어떻게 인증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현재 이 사건은 형사고발이 진행됐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는 부분이다. 해당 병원은 사안을 부정하고 있다. 심증이 간다고 해서 곧바로 조치가 들어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인증원은 현행 인증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인증 요건 이외의 사안에 대해 평가하거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인증원은 "5월 25일 실시한 현지조사에서도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순영 실장은 "이번 현지조사에서는 현행 기준에 따라 수술 관련 동의서 등 인증기준에 따라 병원 기준에 맞춰 의료행위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무기록이 잘 작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면서 "현지조사에서는 별문제가 없다. 현재로서는 인증 취소 사유가 발견된 것이 아니다. 이후 경찰조사나 검찰수사 등이 종료된 후에 불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증원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CCTV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수술기록지상에서는 수술에 참여한 마취의사, 집도의사, 간호사의 명단을 제대로 적어놨다. 수술 시작과 종료 시간역시 적어 놓았고,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중간에 다른 인력이 들어갔는지, 또는 얼마만큼 수술에 참여했는지 등의 항목은 없다. 결론적으로 인증을 위해 필요한 내용은 다 적혀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인증원이 맡고 있는 역할로는 '대리수술'을 걸러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추후 법원이 형사처분을 하더라도 인증이 취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관 평가인증 취소 요건에는 '불법이나 허위로 인증조사를 받았다는 것이 인정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증조사 항목 자체에 '대리수술' 등 불법 사항을 걸러낼 수 있는 항목이 없기 때문에 '허위로 인증조사를 했다'는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

인증원은 인증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를 계기로 '인증 취소'에 관한 법률자문까지 받았지만 직접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 취소)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윤순영 실장은 "인증의 취지 상 인증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리수술 관련 기준이 없다. 기준들 중 포함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기준이 없기 때문에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 '고위'나 '허위'로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추후 기준 외에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폐쇄 경우에 인증취소가 될 수 있을 거로 본다. 이 부분이 적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의료기관 인증'이 상식적인 기본 의료기관 환경을 전제하고 시작했기에 오히려 '상식 밖'의 행동에 대해서는 제재할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목적 자체가 다른 인증이나 지정제도에서 법적인 영역까지 다뤄야 하냐는 근본적인 물음도 생긴다. 기본적인 인증의 가치가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영진 원장은 "기본적으로 (인증을)유지하면 안 된다는 입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모든 절차는 근거를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행 기준으로 안 된다면 그걸 개선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주도면밀하게 살펴서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증보다는 전문병원 지정 취소가 더 큰 '페널티'가 될 수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율적 점검 성격의 인증 취소에 따른 타격은 적은 반면, 전문병원 지정 취소 시 수가 적용이 불가해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2월(3기)부터 전문병원 의료 질 지원금과 전문병원 관리료를 지급하고 있다.

의료법 제3조의 5 전문병원 지정 기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의협신문
의료법 제3조의 5 전문병원 지정 기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의협신문

전문병원 지정 취소요건 역시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있어 결국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법 제3조의 5 제5항에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 또는 재지정을 받은 경우 ▲지정 또는 재지정의 취소를 원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재지정을 취소하도록 한다.

또한 7항에 따르면 전문병원 지정·재지정의 기준·절차 및 평가업무의 위탁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돼 있다.

여기서 전문병원 신청은 의료기관 인증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어, 의료기관 인증 취소 시 전문병원 지정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이 점에서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협의·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의료기관 인증 취소 요건은 의료법 제58조 10에 나열돼 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 또는 조건부인증을 받은 경우 ▲제64조 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취소되거나 폐쇄 명령을 받은 경우 ▲의료기관의 종별 변경 등 인증 또는 조건부인증의 전제나 근거가 되는 중대한 사실이 변경된 경우 ▲제58조의3 제1항에 따른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인증마크의 사용정지 또는 시정명령을 위반한 경우 등이다.

해당 기준 역시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정하고 있다.

황인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개발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준조정위원회에서 4분기 기준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인지를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기준이 미흡했을 경우라 하더라도 바로 취소되는 부분이 아니라, 인증의 취지를 살려 개선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증기준 미준수로 인한 취소 기준을 시행규칙 하에 적용할 것인지, 보완할 것인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할 영역"이라면서 "결국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문제는 당국에서 관련 기관과 함께 사전 협의와 의사소통을 거쳐 혼란이 안생기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격려하면서 좋게 만드는 취지인 기본적인 인증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인증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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