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의협 회장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협상 방식 개선해야"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계약 단체에 감사...협상제도 개선 공감"
2022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체결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모두 계약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측은 1년 5개월째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수가협상 진행의 불가피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고, 일방적인 수가협상 방식의 획기적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는 10일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스마트룸에서 '2022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을 했다.
4년 만에 협상에 타결한 의협은 계약 체결에 나섰지만, 끝내 타결점을 찾지 못한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이날 체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수가계약 체결식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2022년도 의원 유형 수가인상률 3.0% 합의'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회원들을 위해선 충분한 인상률이 아니지만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고려한 '고육지책'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의 결단으로 의협으로부터 의원 유형 수가협상을 최초로 위임받아 한 달 여간 건보공단과 줄다리기 협상을 주도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장)도 복잡한 표정으로 체결식에 참석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먼저 수가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병협과 치협에 대해 언급하며, 수가협상제도 취지를 상기했다.
"과거 고시에 의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의료수가를 의료공급자와 보험자가 상호 동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 수가계약의 본래 취지였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공급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 오히려 이전보다 더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계약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수가협상은, 적정수가 인상의 근거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각 유형별 특성과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정해준 밴딩 폭 내에서 공단이 제안한 수치에 대해 공급자가 수용할 것인지 여부만을 결정하는 과정이 고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간 의료계는 공급자를 배제한 재정운영위원회 구성, 밴딩 규모 비공유,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Sustainable Growth Rate:SGR) 모형의 한계, 협상 결렬 시 별도의 조정기구 설치 등 수가협상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건보재정) 국고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국회 및 정부 등을 통해 촉구했으나, 아직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일방적인 밴딩 폭 결정과 SGR 모형에 따른 일방적 통보 형식의 수가계약방식을 개선할 방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현행 계약제도를 일부 개선할 것인지, 법령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전면적으로 개편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수가를 공정하게 산정하기 위해 관련 보건의료지표 활 용방안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국민과 고통분담을 함께 한다는 차원에서 4년 만에 의원급 수가협상 체결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향후 수가계약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궁극적으로 정당한 수가계약을 통해 요양기관이 적정수가를 보전 받고,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도록 의료공급자와 보험자 모두 상호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상당 부분 공감을 표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의원 유형 등 3개 유형의 수가계약 체결이 이뤄진 것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의원 유형이 4년 만에 수가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고 입을 연 김용익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이용량이 크게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한 상황에서 가입자단체들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했던 (이번 수가협상은) 예상대로 어렵게 진행됐다. 그러나 어려운 과정을 잘 이끌어 준(수가계약을 체결하는) 단체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수가협상제도 개선 의지도 밝혔다.
"(공급자단체에서) 현 수가협상제도를 지속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건보공단도 공급자단체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제도를 계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쉽게 결말이 날 일은 아니지만, 이상일 신임 급여상임이사와 함께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