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이 헬스웨이' 사업 추진…선제 대응 방안 마련을
메타버스 '폭풍' 눈앞…'유비무환' 하지 않으면 끌려 다닐 것
사회 각 영역에서 포스트 코로나 대비가 한창이다. 산업·경제·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의료계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응 전략과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6월 16일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 개선'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의료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코로나19 이후의 문화·사회적 변화의 흐름으로 시야를 넓혀 포스트 코로나시대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에 대해 고찰해 봐야 할 시간"이라며 "급변하는 의료계 안팎 상황에 발맞춰 '포스트 코로나시대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에 대한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미래 의료 환경을 살펴보고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료정책연구소는 급변하는 의료 상황과 보견의료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명실공히 의료계의 씽크탱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13만 회원 모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우리가 맞닥뜨린 현안에 신속 정확하게 대응하고 미래를 예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의료 환경을 다각도 예측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의료계가 나갈 방향을 진단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첫번째 세션은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학술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4차산업혁명 의료·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료혁신'을 중점 진단했다.
첫 발제는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가칭 '건강정보고속도로'인 마이 헬스웨이 사업(의료분야 마이데이터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마이 헬스웨이는 개인 주도로 자신의 건강정보를 한 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즉 건강정보의 활용을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모든 의료정보를 개인이 갖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의료진에게도 제공하고, 사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
이 대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공급자, 치료 중심에서 환자, 예방중심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며, "의료데이터 공유·활용을 통한 의료서비스 혁신과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통해 개인 권리 보장과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진료기록을 비롯한 의료기관 내 환자 기록이 디지털 형태로 환자에게 전달되고 개인 중심 디지털 헬스케어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건강정보에는 의료기관에서 다루는 모든 진료정보, 처방·검사·상담·영상 등 모든 데이터 포함된다. 또 환자 스마트폰 등 웨어러블에서 생성하는 기록과 심평원·공단의 건강보험 자료, 질병청의 예방접종정보까지 들어간다"며 "모든 정보를 진료목적으로 환자가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2년까지 의료데이터 수집 체계를 마련하고,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개인주도 의료데이터 활용 지원·의료분야 다이데이터 도입 기반 마련 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정부는 마이헬스웨이사업 참여 유도를 위해 데이터 제공을 위한 인프라 개선 및 구축 비용 지원, 수혜자 대상 데이터 제공 비용지불 체계 검토, 정부 지원 사업·EMR인증제 연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대한 당부도 전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마이 헬스웨이 추진위원회 구성을 보면 의협이나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이 없다"며 "마이 헬스웨이사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은 물론 의사의 진료와 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센티브 영역 등 의협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는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이 진행했다. 주제는 '의료와 메타버스'. 공간을 확장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접근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의 물리적 공간 기능을 확장하는 디지털 환경을 이른다.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자유로운 가상 환경이다.
문석균 실장은 "인터넷을 통해 소통에 걸리는 시간 장벽이 무너졌고, 스마트폰은 이동의 한계를 넘어섰지만, 이제 메타버스는 공간을 초월한다"며 "중요한 것은 가상의 자극이지만 자기 몸처럼 느낄 수 있게 되고, 가짜 감정이 아니라 진짜 감정이 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휴먼과의 공존, 제조업의 가상 공장화, 제페토·로블록스·포크나이트 등을 통한 폭발하는 컨텐츠 IP, 미네르바 스쿨과 같이 국가간 진입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과 마주하게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문석균 실장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선거유세에 메타버스를 도입해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과 소통하고 그의 생각과 비전을 공유했다"며 "의협도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의료 영역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HMD)를 착용하고 가상의 교실안에서 수업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실시간 동영상 프로그램보다 수업 몰입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혼합현실 기반 웨어러블 기기인 홀로렌즈(Microsoft HoloLens)2를 이용해 의대생 해부학·수술 교육 등에 이용하고 있다.
문석균 실장은 "메타버스를 이용해 4∼8명에게 같은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수술실·해부학 실습실에서 유용하며 발전가능성도 크다"며 "올해 4월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메타버스 수술방을 구현했다. 간호사 위치·수술 기구 등의 위치 등 전체적인 수술실 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실체 수술실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문석균 실장은 "메타버스는 의료영역에서는 시작단계이지만, 곧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인터넷·스마트폰이라는 '바람'을 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제라도 메타버스라는 '폭풍'에 탑승할 채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김영보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신경외과)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의료'를 통해 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블록체인·로봇 등과 의료의 조우 가능성을 톺아봤다.
먼저 미래 의료 환경에 대한 문제부터 접근했다. 4차 산업의 근간인 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블록체인·로봇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김영보 교수는 "인공지능은 이미 숫자와 언어, 신뢰도 영역을 장악했다"며 "사람의 생각에는 기억이 중요한 데 기억을 실체화해 확장하면 경험이 되고, 곧 데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주권 문제도 짚었다.
김영보 교수는 "한 번 디지털화된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미 원격진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의료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 주권이 환자 본인한테 있다. 의료계도 이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과정도 이런 데이터들의 합작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김영보 교수는 "구글이 양자컴퓨터 개발을 선언하고, 아마존은 캘리포니아공개 내에 양자컴퓨터센터를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집에서 학교 컴퓨터 CPU를 돌리는 게 일상이 됐다. 노트북을 들고 다닐 필요없이 잭만 연결하면 된다. 모든 게 클라우드 기반"이라며 "화이자나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개발은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를 올리기 싫어도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올라가는 상황에 대비할 때라는 진단이다.
김영보 교수는 "데이터 기반 의료 환경 조성(클라우드)과 블록체인 기반 원격진료는 상시화된 기본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시대에 추격형에서 선도형 보건의료체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격진료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우리만 안 하면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김영보 교수는 "원격진료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안 간다고 다른 나라도 안 가는 게 아니다"라며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는만치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의협도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마음가짐도 옮겼다.
김영보 교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가라앉히기 위해 생긴 법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규제할 수는 없다"며 "늘 대세를 염두에 둬야 한다. 혁신은 세상에 대한 큰 흐름을 거스리지 않고 미리 가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