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 "괜찮다는 말이 죄송스럽지만…"

기획 인터뷰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 "괜찮다는 말이 죄송스럽지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6.2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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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설립·CT 도입·노인가산료·내시경 소독료 정책적 지원 기대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경기도 광명시·프라임비뇨의학과의원)

온 나라를 덮친 '코로나 블루'를 그나마 조금은 비껴갔다. 다른 전문과의 고통을 알기에 비뇨의학과 개원가의 긍정적인 지표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동료 의사들이 긴 질곡의 터널 끝에서 꺾이지 않고 진료현장을 지키길 바랄 뿐….

비뇨의학과의 풀리지 않은 숙제도 이어진다.

의사 수 대비 적은 환자 수와 질환은 태생적인 문제다. 비급여 진료도 거의 없고 전체 진료비 수준은 전문과 가운데 바닥권이다. 

전문병원 설립, CT 도입, 노인가산료·요도 및 방광내시경 소독료·정액채취료 산정은 번번히 가로막히고 있다.

이런 상황 속이지만 비뇨의학과의사회의 결속력은 두드러진다. 

연 10회의 정례화된 학술심포지엄, 협동조합 결성, 전 회원 가입 밴드 운영, 실시간 웹심포지엄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회원과 소통하고 민의를 수렴한다. 오는 9월에는 개원가와 지역 2차병원을 연계하는 효율적 의료전달체계 구축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올해 11월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의 바람은 한 가지다. 

"의료비는 실제 의료와 관련 있는 곳에 쓰여야 합니다."

ⓒ의협신문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경기도 광명시·프라임비뇨의학과의원) ⓒ의협신문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난해 진료비 증가분이 정신건강의학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다행히 어려움은 덜 했습니다. 다른 전문과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다행히'라는 말이 죄송스럽습니다. 비뇨의학과는 직접 코로나와 연관된 질환을 진료하지 않는 이유도 있고, 초음파·PCR 검사 등이 보험급여되면서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전체 청구액으로 보면 여전히 바닥권입니다. 비뇨의학과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합니다."

비급여 진료도 거의 없다. 진료 영역을 확대할 여지도 없다. 모든 게 보이는 그대로다.

"어려움이 덜 했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더더'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이제 '더'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습니다. 수가 가산 등 보전 수단이 절실합니다. 비단 비뇨의학과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시대를 맞아 전립선암 조기진단의 국민건강검진 항목 편입은 검토할만 합니다."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 ⓒ의협신문

의료비가 허투루 쓰이는 것만 막아도 될 일이다.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비뇨의학과의 미래에 대해 10여년을 고민해 왔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환자 수가 느는 것을 바라보는 웃지 못할 상황입니다. 중요한 것은 의료비의 많은 부분이 진짜 의료와 관련 없는 데 쓰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실손보험에 드는 비용을 건강보험에 들이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한방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자보 급여 비용의 절반이 한방에 투입되는 상황이 정상적입니까. 한방난임사업도 그렇습니다. 의료는 상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의사 수 대비 환자나 질환 수가 적다. 첫 단추를 잘못 뀄다.

"얼마전까지 한 해에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100명씩 나왔습니다. 결국 외부 힘으로 전공의 수급이 조절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전공의 정원이 50명인데 지난해 40명을 밑돌았습니다. 그런데 수련병원은 70개가 넘습니다. 수련병원 조차 전공의가 없는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이런 상황은 피부·비만·탈모 등 다른 분야 진료에 눈을 돌리게 합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비뇨기계 진료를 안 하는 곳도 있습니다. 서글픈 상황입니다."

다시 또 수가 문제다. 의료의 질 담보는 적정 가격부터 시작돼야 한다. 

"일본 연수 때를 돌아보면 대학병원 비뇨의학과 20여명의 스탭 가운데 2명만 레지던트였고, 전부 전문의였습니다. 우리나라 인턴·레지던트가 하는 일을 전문의가 합니다. 당연히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한국의 수가체계로는 불가능합니다. 언젠가는 한국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수가로 해결해야 합니다. 편법으로 해결하려다보니 PA 등 부작용만 양산합니다."

전문병원 문턱은 높다. 대학병원도 비뇨의학과 병상이 30개가 안 되는데 따르기엔 벅차다. 150병상인 CT도입 기준은 더 멀다. 치과·이비인후과는 가능해도 비뇨의학과는 안 된다.

"전문병원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고자 하지만 병상 수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비뇨의학과는 입원 환자도 많지 않고 입원 기간도 짧습니다. 요로결석 진단을 위한 필수 장비인 CT도 150병상 규정에 묶여 있습니다. 전문병원이 도입되도 인센티브나 수가 가산 없이 규제만 부여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저출산 대책은 쏟아지지만 남성 난임에 대한 관심은 적다. 현재 검사료만 인정하고 있는 정액채취료도 몇 해 째 허들에 막혀있다. 

"남성 난임을 진단하기 위한 단초가 되는 정액검사는 별도의 공간과 관련 시설이 필요한 데 비용 보전이 안 됩니다. 저출산 대책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정책적·정치적 판단이 있겠지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 데 한방난임사업에 비용을 들이는 현실이 답답할 뿐입니다. 근본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요관 및 방광내시경 소독 관리료, 노인수가 가산에 대한 회원들의 호소도 이어진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비뇨의학과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시경소독관리료, 노인수가 가산 등은 비뇨의학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절실합니다. 갈수록 어르신들 케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함께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의협신문
이종진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 ⓒ의협신문

최근 물의를 빚은 무자격자 대리수술, 논란이 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당연히 없어져야 합니다. 비뇨의학과 영역에서는 수술이 많지도 않고 대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에는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약에도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데 1% 부작용 때문에 99% 효과를 거스르는 것과 같습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왜곡된 의학정보가 쏟아진다. 고민이 깊어진다.

"요즘은 정보 접근성의 불평등은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의 과잉이 문제입니다. 환자들은 왜곡된 의료지식·정보에 노출돼 있습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광고에는 일일이 대응하기 버겁지만, 의사회 차원에서 비뇨의학 관련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지난 시간의 흔적이 옅어지는 게 아쉬워 기록을 모으고 있다.  

"처음 사무실도 없이 시작한 의사회가 사반세기를 지났습니다. 기록이 많이 없어서 그나마 있는 것이라도 정리하려고 합니다. 초대 회장님부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사회의 역사와 지난 시간 선배님들의 열정과 숨결이 담길 것입니다. 오는 11월 의사회 계간지 <비뇨의학과 사람들> 특별호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숫자는 2300명에 이른다. 개원의 40%, 대학병원 40%, 봉직의사 20% 등이다. 의사회 회원은 1000명 수준이다. 여성 전문의도 조금씩 꾸준히 늘고 있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별도의 회비 수납 절차가 없고 학술대회 때 회비를 추가해서 받습니다. 보통 300∼500명 정도가 등록하는데 직전 학술대회에는 800명이 참가했습니다. 여성 전문의는 현재 쉰 분 정도 됩니다. 조금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원하는 분들도 있어서 여성 환자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진료받으실 수 있습니다."

소통에 특화돼 있다. 해마다 공식 학술대회가 10회에 이르고, 700명이 가입된 SNS 밴드도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실시간 웹심포지엄 채널도 갖췄다. 게다가 10년 된 협동조합은 이제 자리잡았다.

"역대 회장님들이 필요하고 있어야 하는 일들을 모두 해놓으셨습니다. 먼저 홈페이지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회원들의 방문이 많습니다. 또 700여분이 가입된 밴드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1년에 10회 이상의 학술대회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보험·의료정책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실시간 웹심포지엄을 열 수 있는 '유로TV'도 운영중입니다. 결성된 지 10년 가까운 '협동조합'은 다른 전문과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회원 만족도 역시 높습니다."

사회로 한 걸음 다가서는 마음은 코로나로 잠시 멈췄다. 그래서 아쉽다.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거창하게 노블리스오블리제까지는 아니어도 한 두 가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회원들과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마음만 갖고 실제 많은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소외된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려야 하는 데 코로나가 많은 일들을 멈추게 했습니다. 회장 임기를 마치더라도 도움되는 곳에 있기를 원합니다."

의사회에서 활동한 지 16년째다. 그동안 곁이 되어 준 회원들에겐 감사한 마음뿐이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이 못 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환자와의 거리도 자꾸 멀어지는 데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역량있는 새 회장님과 비뇨의학과의사회의 발전을 이뤄나가길 바랍니다.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그가 원하는 상식의 회복은, 비정상의 정상화는 언제쯤 이뤄질까.

올바른 의료로 가는 길은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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