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섰나?" 새 거리두기 발표 후 확산세...전문가들 "대확산" 경고

"너무 앞섰나?" 새 거리두기 발표 후 확산세...전문가들 "대확산" 경고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30 18: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접종 완료 9.3%불과·확진자 800명 육박·변이 우려까지 "완화, 성급했다"
'수도권 특별방역대책' 실효성 의문...국민 42.2% "사적모임 재개 아직 일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에 육박한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에 육박한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사적 모임 인원기준이나 영업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세에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6월 30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7월 7일까지 1주일 연장한다고 밝혔다. 

중앙재난대책본부도 6월 30일 수도권에서 1주일간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재편을 1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렸다.

수도권 지자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 '번복'에 따른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예를 결정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월 27일 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지자체별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는 기존 5단계를 4단계로 간소화하고, 각 단계별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이 특징.

충청남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2주간의 이행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대부분 '6∼8인'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키로 했다. 영업 제한 역시 아예 하지 않거나 자정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백신 접종 인센티브도 함께 시행하면 방역 기준이 상당히 완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으로 일상 생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대규모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한 대국민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 결과, 국민 42.2%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사적 모임을 재개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국민 스스로도 아직은 불안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아직 국내 접종률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6월 30일 현재 국내 인구대비 코로나19 1차 접종률은 29.8%다. 얀센 1차 접종을 포함한 접종 완료 비율은 9.6%로 아직 국민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접종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급격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아직 집단 면역 달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발표 이후,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거리두기 완화를 하루 앞둔 6월 30일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75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도권 확진자만 631명을 기록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긴장 완화가 '선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확산세에 놀란 정부가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방역수칙 위반이 반복될 경우 해당 지역 동일 업종 전체에 운영 제한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방역지침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경고 없이 즉각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예고하며 '방역 긴장도' 높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거리두기 완화 발표 이후, 급격히 풀어진 긴장도가 단속을 철저히 한다고 해서 다시 잡히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완화 결정이 "조급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이라도 완화 결정을 더 미뤄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더 좋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조급한 결정으로 번번이 날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리두기 완화 발표 이후,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캠핑장에서 모기장을 걷고, 모기향을 꺼놓고 알아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것과 같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조교수(예방의학교실·인공지능빅데이터융합센터장)도 "7월 방역 완화 연기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훈 교수는 "앞서 7월 방역 완화가 급격히 이루어질 경우의 예상 확산 곡선을 지난 5월 29일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유행 추세는 한 달전 예측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완화는 너무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방역 완화 조치를 최소 몇 주간은 더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 완화 정책보다 국민의 인식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봤다.

정 교수는 "방역 완화 조치 하나하나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조치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면서 마치 7월부터 과거로 거의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전해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방역 성과의 핵심은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이러한 신호는 실질적인 방역 완화 정책 시행 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확산 역시 우려된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전파속도가 낮은 GR형과 알파 변이 정도만이 유행하고 있었지만 델타변이가 확산될 경우 예상을 벗어나는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방역 완화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장 적게 할 수 있다. 만약 이번 유행이 커질 경우, 다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해야 할 수도 있다. 당국의 정책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역시 "휴가철을 앞두고 경각심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조치는 문제가 있다. 작년에도 같은 상황이 일어났다. 접촉이 증가하면서 확진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변이바이러스 유행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방역 정책은 백신 1차 접종이 아닌 접종 완료율을 기준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 정책을 설계하면서 제대로 된 방역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문제점도 지적했다.

"실내 환경 검체에서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시간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PCR은 핵산을 증폭한 것이므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힌 마상혁 부회장은 "환자 수보다 중요한 것은 전파 방식이다.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다양하게 나왔는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감염 확산 시 건물의 환기 조건이나 넓이, 집회 성격·모임 시간, 마스크 사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부회장은 "지금의 분석은 너무 원시적이며 비용효과 역시 전혀 분석하지 않아 불필요한 지침이 많다"면서 "분석자료들을 토대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과) 소통 없이 지자체장이나 공무원들 책상에만 (분석 자료들이)놓여 있다. 더 늦기 전에 전문가들과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