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욱수 복지부 과장 "의료기관 참여율 핵심…지원·과금 등 인센티브 고려"
'비슷한 듯 다른'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빅데이터와 뭐가 다른가?
최근 토스 등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계좌·보험 정보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마이데이터'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데이터를 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사업이 시작된다. 바로 '의료분야 마이데이터'다.
의료분야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에 근거해 국민 스스로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차적으로는 진료 시 활용할 수 있고, 이차적으로는 의료기관 외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언뜻 보면 건강정보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정보 취합·제공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다.
신욱수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13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흔히 빅데이터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의료분야 마이데이터는 철저히 환자 개인의 필요에 의해, 동의 하에 정보를 전송받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작년 8월 5일부터 시행 중이다. 공공목적이나 통계자료 분석을 위해 개인 동의 없이 익명화된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욱수 과장은 "빅데이터의 경우, 개인의 동의 없이 가명화된 정보를 통해 진행하는 성격이 있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개인의 데이터를 동의 없이 활용한다는 점에 대해 논쟁이 됐다"면서 "하지만 마이데이터의 경우, 개인의 동의를 바탕으로 한다.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올해 2월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마이 헬스웨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도입 방안'과 '나의 건강기록 앱' 출시를 발표했다.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은 데이터 보유기관에서 본인 또는 데이터 활용기관으로 건강정보가 흘러가는 고속도로 역할을 수행한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관이 보유한 진료내역, 생활습관, 심박수·혈압, 생활습관 등 개인 건강 관련 정보를 한 번에 조회·저장한다. 이는 모두 개인 동의 하에 조회·저장·제공된다.
신 과장은 "쉽게 정보 주체가 저장한 개인 건강정보를 활용기관에 제공해 진료나 건강관리 등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진료 내역 정보와 마이 헬스 데이터를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항목으로 표준화한 API 형태로 변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시스템에 대한 보수나 개선 작업을 해야 하는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신 과장은 "시스템 비용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의료계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실제 시스템 개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표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 등을 협의할 것"이라며 "의료데이터를 연계한다고 해서 일시에 모든 데이터를 다 진행할 수는 없다. 이런 사항을 내년 2022년까지 실무추진단이나 분과를 통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록 방식과 관련해서도 "일일이 의료기관이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자의무기록을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환자가 진료내역서를 요구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 '마이헬스웨이'를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 역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신 과장은 "과금은 기본적으로 수익자 중심이 원칙이다. 금융의 경우, 기본적으로 활용기관이 데이터를 받을 때 수수료를 내도록 법제화가 돼 있다"면서 "의료의 경우, 국민들이 기존 진료기록 사본을 뗐을 때는 수수료 체계가 있다. 이러한 기존체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도 있고, 전자 형식에서 줄어드는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 낮출 수도 있다. 과금 체계는 아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 스스로 수수료까지 지불하면서 의료정보를 모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사항이다. 단순히 환자가 내는 수수료 체계뿐 아니라 활용하는 민간 기관이나 의료기관에서 받는 수수료 등을 다 포함한 과금체계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마이헬스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선 의료기관 참여율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관련법을 정비하는 한편, 의료기관 평가 항목에 관련 사항을 포함하는 안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신 과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환자가 진료 정보를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부분을 전자적으로도 발송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기관 평가 활용 계획도 있다. 물론, 해당 평가의 취지와 부합하는지를 고려할 예정"이라면서 "예를 들면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도 같은 경우, 평가와 이번 사업이 어느 정도 부합이 된다고 본다. 모든 부분에 부합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취지에 부합되면 넣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 중이다. 리스트 작업은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데이터 전송 의무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융 쪽은 의무화된 상태다. 하지만 의료법에서는 전자 진료기록의 경우, 의료기관 재량에 맡기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차원에서 전송 요구권을 고려하고 있을 거로 보인다"면서 "특정 분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 대한 마이데이터 주권 차원이다. 그런 법률을 만들 수 있는 법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보건복지부는 마이헬스웨이 사업을 2023년 본격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 위한 실증사업도 시작한다. 파일럿 시스템을 만들어 구축하는 사업인데, 실증사업은 내년 초 정도부터 2년간 진행할 계획이다.
신 과장은 "이번 사업과 연계된 의료기관, 활용기관, 시스템 구축 업체, 정부 관계자, 실제 사용자 등이 모두 함께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현재 의료기관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5곳, 종합병원 8곳, 일반 병원급 12곳, 의원급 1000곳 등의 규모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5년 뒤에는 핸드폰을 통해 본인 건강 상태에 맞는 앱을 찾게 될 거다. 앱의 종류는 민간, 건보 등 다양한 경로가 마련될 것이고, 이를 통해 진료기록을 요청할 경우 헬스웨이에 접속하게 되는 방식"이라며 "나의 진료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진투약이력이나 유전자 정보까지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맞춤형 진료나 건강관리 상담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많지 않다. 시스템을 만드는 거면 돈을 투입해 만들면 된다. 기술은 다 준비돼 있다"며 "의료기관과 활용기관 연계시키는 것이 쟁점이다. 쟁점별로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할 것이다. 어떤 논의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지속해서 피드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