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법사위·보건복지위 처리 '마지노선'..."더이상 못 미룬다"
야당 "취지 공감하지만 부작용 우려"...명분 약해 반대 입장 '위축'
면허취소 금지 범위 축소...CCTV 설치 부작용 보완 '중재안' 제기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7월 임시국회 심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 국회 복수 관계자는 23일 해당 의료법 개정안들이 계류 중인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보건복지위원회 제1 법안소위위원회가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추가로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7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의 심사를 유보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사활을 건 여당이 제1 야당인 국민의힘과 상임위원회 일정 협의 과정에서서 양보했기 때문.
아울러 여야 대선 후보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두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 여름 휴가철이 겹친 점 등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여당은 8월 정기국회에선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법 개정안 처리 의지가 강하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의 반대 기류는 오히려 약화하고 있는 상황.
앞서 여당은 여러차례 7월 임시국회 심사·의결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 때마다 국민의힘 법사위·보건복지위 간사는 당 지도부의 법안 처리에 대한 우려를 의식, 심사일정 협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야당은 해당 법안 심사·의결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일부 법안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버텼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이 8월 정기국회에서까지 법안 심사일정 협의에 소극적으로 임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여당, 6~7월 국회서 보류한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 8월 '정조준'
지난 6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여당의 요구에 따라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대상에 이름을 올렸다가 심사하지 않고 보류했다.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은 6월 30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놓고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려 심사하지 못한 채 계류됐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진행한다며 강하게 반발, 회의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면서 의료법 개정안은 심사하지 못했다. 7월 2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상정법안 목록에서 제외됐다.
여당 관계자는 8월 정기국회에서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야당에 최대한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여당은 8월 정기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 원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임시국회에서는 코로나19 피해 지원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해 법사위·보건복지위 법안심사 일정 등에 대해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했지만, 8월 국회 일정협의에서는 양보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
대한의사협회는 다양한 대외협력채널을 통해 여야 법사위원을 설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는 개정안 폐기 또는 법사위 법안소위 재심사를 요구하는 한편 면허취소 및 재발급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개정안 대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의 골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이다.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당,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도 강행...정부 내 이견 '변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안은 4월 국회에서 보류됐다가 6월 국회에서 재심사됐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보류됐다.
7월 임시국회에선 여야 합의 실패로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일정이 잡히지 않아 자동적으로 또 보류됐다.
여당은 해당 개정안 역시 8월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등 야당의 반대세는 약화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는 의료계 우려 등을 고려해 신중 검토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정안 통과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8월 정기국회에서는 개정안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야당과 의료계의 반대이유는 충분히 들었다. 법안심사 일정에 있어서도 야당에 양보할만큼 양보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가 코로나19 밀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되고 여름휴가 일정 등이 겹치면서 7월 임시국회 법안심사 일정합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8월 정기국회에선 최대한 법안심사 일정을 앞당겨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법안처리에 자심하는 배경에는 기존 환자·시민단체의 지지와 함께 보건복지부의 태도 변화가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6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당시까지만 해도 개정안 통과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 보건복지부는 6월 23일 열린 보건복지위 1법안소위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갑잡스런 태도 변화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인천·광주 척추전문병원의 대리수술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치권의 여야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본격화 하면서 환자·시민단체가 여당에 법 개정 압박수위를 높이자, 보건복지부도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정부 부처를 총괄 관리하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6월 24일 국회 대정부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견을 제기하면서, 정부 부처 내에서도 개정안 통과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당시 김 총리는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수술방 의료진에게 부담이 심해질 것이다"며 "대리수술 문제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출입자의 지문을 찍도록 해 동선을 확인하는 등으로 (환자의) 불신을 막을 수 있다"고 (수술실 내 CCTV 설치에)회의적 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환자 프라이버시도 (문제가) 있어 정부 입장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주체의 한 부분인 의사집단이 워낙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진의 도움 없이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을 함께 극복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어 보수적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의·정 협의할 때 약속한 부분도 정부로서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 중재안 제안...설치 장소 완화·부작용 보완책 제시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중재안도 나와 눈길을 끈다.
중재안은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냈다. 신 의원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수술실에'로 완화하는 문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CCTV 녹화에 대한 의사 동의에 대한 위헌 요소 ▲수련병원의 전공의 교육을 위한 국민 동의 '진료보조인력' 쟁점 정리 ▲중증 및 응급 수술 예외 조항 설정 ▲기피과 전공의 지원 미달 악순환 문제 등의 해결책도 마련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신 의원은 "현재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동향이 급박하다. 해당 개정안 심사를 연기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면서 "(의료계가 법 개정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의료계의 우려와 법 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 전문 분야 정책과 제도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은 국민적 요구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수술실 내 CCTV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세부 규정과 시행령 등으로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