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의료비용분석위원회' 신설에 대한 소고

건정심 '의료비용분석위원회' 신설에 대한 소고

  • 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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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구성 불합리...'통제 가능한 지불제도' 개편 의도
재정 절감·규제 강화 목적...TFT 만들어 철저히 대비해야

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의협신문
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대전시 중구·이철호비뇨의학과의원) ⓒ의협신문

건강보험 정책에 관한 모든 사항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운영키로 의결했다.

정부가 의료계를 위해 '법적 지위를 갖춘 새로운 위원회'를 정식으로 가동하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므로 우려되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단순히 무슨 위원회가 또 하나 신설된 걸로 간과하다가는 나중에 큰 피해를 당할 염려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위원회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비용과 수익자료를 분석해 의료분야별 불균형 해소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비용분석위원회(비용위)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건정심 의결사항 등 정책 변화 모니터링 ▲의료비용·수익 자료 수집 및 구축 과정 검증 ▲계산기준·방법론 논의 및 계산 결과 도출 ▲의료비용·수익 조사 관련 미래전략 도출 등 과제 논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건보공단이 패널기관 회계조사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자료에 대한 합의된 계산 기준과 방법이 없어 정책 결정에 활용하지 못는 실정이라 비용위를 통해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건정심 산하 상대가치기획단이 사무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두고 있다면, 비용위는 건보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심평원 상대가치기획단에서 상대가치점수 제도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를 총괄 조정한다면, 건보공단 비용위는 상대가치점수 분야별 불균형 등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비용·수익 자료 수집 과정 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1조의 상대가치점수 개발 및 조정 등에 필요한 의료비용 및 수익 자료를 상대가치운영기획단에 제공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자료 수집 및 구축, 회계 계산 기준 및 방법론 등에 대한 논의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자료 활용에 대한 합의 기준을 마련해 기관별 자료를 충분히 검증하고, 상대가치 개편 등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운영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비용위 위원 구성을 살펴보면, 공급자단체가 추천하는 보건의료 수가·지불제도 분야 전문가 6인, 건정심 가입자 대표에서 추천하는 전문가 3인, 관련 학계 전문가(상대가치운영기획단 단원·회계 분야 전문가 등) 6인 이내, 건보공단·심평원 소관부서 1급 이상 각 1인 등 18인 이내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고 한다.

무소불위( 無所不爲) 건정심 '의료비용분석위원회' 신설...총액계약제 개편 염두

그렇다면, 과연 이 시기에 왜? 무소불위( 無所不爲)의 건정심에서 비용위를 출범시켰는지 의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새로운 기구를 만들 때는 목적이 있다.

의사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최종적으로 시행하고 싶은 소위 총액계약제 같은 '지불제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비용위 위원 중에 '수가-지불 제도 분야 전문가'와 '회계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정부 발표대로 순수하게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검증하여 건정심의 상대가치 개편을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주시해야 한다.

자료수집과 분석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건정심 산하에 법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없고, 건보공단 자체 연구 용역으로도 충분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추진 중인 비급여 고지 의무화 정책은 비용위와 무관하다고 한다.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분석위원회는 의료기관 진료비를 보거나 비급여 진료비를 들여다보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궁금한 것은 개별 의료기관 데이터가 아니다. 종별로 일관되게 수익이 높은 진료, 수익이 낮은 진료를 찾아 불균형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분석위를 통해 이런 조정을 5년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우리가 필요한 자료는 비급여 비용 중 인건비, 소모품 등의 비용이 얼마나 차지하는지까지 나온 비용자료이고, 비급여 의무 보고는 그런 자료를 보고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급여 자료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활용할 수는 있어도 '아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비용위는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해 진료비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기관 34곳,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한 민간 의료기관 중 인센티브를 받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 건보공단이 별도 비용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받는 기관 등 총 100여곳을 대상으로 자료를 모아 여러가지 방법론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비용위는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진료수익이 높게 나오면 낮추고, 낮게 나오면 높이며, 방법론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일단 두고보겠다고 하지만 결국 지불제도를 손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비용위는 주기적인 진료비 분석이 가능하므로 지금까지 5년 단위로 진행하고 있는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2∼3년 주기로 시행할수 있어 정부가 원하는 '통제 가능한 지불제도'를 앞당겨 손 볼 것으로 예측된다. 한마디로 비용위는 재정 절감과 규제 강화를 목적으로 신설한 위원회라 할 수 있다.

의협은 TFT를 만들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비용위와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정밀하게 분석하고, 불합리한 위원 구성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18명의 위원 중 공급자단체 추천이 6명이면 전체의 1/3이고, 그나마 의협 몫은 1명뿐이라 불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비용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회무를 추진해야 한다. 차후 가공되지 않은 '로 데이터'를 요구해 의협이 자체적으로 연구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위험천만인 비용위 신설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향후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 회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문제가 많은 건정심 개선안을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해 공약으로 관철하는 방안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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