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용 방사선의 위험성에 관한 교육을 2년마다 한다고 방사선 관계 종사자 및 환자들의 피폭선량을 낮출 수 있을까. 교육 실효성은 거두지 못하고 행정적·재정적 낭비만 초래하지는 않을까.
질병관리청은 최근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주기를 매 2년으로 규정하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교육 및 교육기관 지정' 고시를 개정·공포했다. 방사선 종사자의 피폭선량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각 의료직역단체와 방사선 교육기관인 한국방사선의학재단 등은 교육주기는 5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질병청에 전달했지만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살천스런 일방적 고시개정이다. 이런 식이라면 왜 전문가 의견이 필요한가. 전문가의 역할은 이미 정해 놓은 그들의 요식행위 속에 묻혔다.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방사선 피폭선량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방사선 관련 종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모두 그렇다.
그런데 교육을 자주받아 위험성을 각인한다고 피폭선량이 줄어들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법제도 정비가 먼저다.
현재 우리나라 방사선 안전관리는 이원화돼 있다. 진단용 방사선은 질병관리청, 핵의학·치료방사선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 기준선량과 관련 용어도 달라 의료기관은 혼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방사선 장비 도입 때만 안전검사를 받는다. 주당 최대 동작부하 초과, 차폐시설 변경 등을 제외하면 다시 안전검사를 받지 않는다.
차폐물질 종류에 따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대한 명확한 안전관리 기준이 없고, 누설선량 기준도 국제기준에 못미치며 주기적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의료기관 내 방사선 관계종사자는 개인 피폭선량계로 선량관리를 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을 출입하는 환자·보호자 등 일반인의 선량관리는 관리하지 않고 있다.
방사선 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방사선 안전관리 기준은 눈여겨 볼 만하다. 후쿠시마의 아픔을 겪은 후 강화한 기준이지만 반면교사가 된다.
현재 국내 기준은 '방사선 촬영실 천정, 바닥 및 주위의 벽 외측 방사선누설선량은 주당 100mR 이하, 일반인 통행 또는 거주 방향 외측 방사선누설선량은 주당 10mR 이하'이다.
일본은 '촬영실벽 외부 1.0m㏜/wk, 관리구역 경계·병실 1.3m㏜/3개월, 사업장·거주지역경계 250μ㏜/3개월 이하' 등으로 규정돼 있다.
기준 단위가 다르다.
한국의 규제기준인 mR(밀리 뢴트겐)은 방사선 에너지만 측정하는 단위이지만, 일본의 m㏜(밀리시보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정도를 측정하는 단위다.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차가 여실하다.
의협은 이번 고시개정과 관련 "장기적으로 방사선 피폭선량 저감을 위해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업데이트 및 보호 장치를 개발해 방사선 차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에 고시개정 관련 항의 공문을 접수했으며, 추후 가처분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교육은 5년에 1번 온라인교육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고시 개정 명분으로 꺼낸 든 '피폭선량'이지만, 차제에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에 대해 뿌리부터 다시 톺아봐야 한다.
법 정비는 물론 이에 따르는 인력·시설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도 뒷받침해야 한다. 의료방사선 피폭선량 관리는 국민 건강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전관리를 앞세워 의료기관 부담만 늘리는 잘못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의료방사선 피폭선량 낮추기는 그리 간단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