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가용 병상 30%까지 감소 "현 상태 지속 시, 국가 컨트롤 범위 넘어설 것"
'번아웃' 넘은 '무기력'…병상 부족=인력·장비 부족…종합적 보완 대책 필요
"4차 대유행 확산세 막으려면, 변이 바이러스 고려한 새 방역 시스템 짜야"
[기획]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한민국 의료는 'burnout'
'누군가의 일상을 위해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의 일상을 포기한 사람들'. 이것은 코로나19 현장 의료진에 관한 기록이다.
의료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 위기 속에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방역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감염병 위기 상황이 장기화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한 의료진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의 의료 인프라로는 4차 대유행으로 급증하고 있는 중증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특단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더라도 중중·전문 치료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의료 붕괴' 문제를 지적했다.
[의협신문]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대한민국 의료는 'burnout'> 기획으로 '간당간당'한 국내 코로나19 치료 병상 부족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의료현장 의료진들은 전국적 병상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4차 대유행 이후,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계속 유지하면서 전국적으로 병상과 전문인력 및 장비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4일 기준으로, 전국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 총 833개 중 252개가 비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전체 병상의 단 30% 정도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보고하는 '잔여' 병상 숫자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실 개수는 7월 넷째 주 360개, 8월 첫째 주 312개, 둘째 주 287개, 셋째 주 273개 등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준-중환자 병상도 상황은 심각하다. 전체 438개 병상에서 사용 가능한 병상은 156개인 34.6%만 남았다. 수도권은 전체 281개 중 196개가 사용 중으로 가용병상은 전체 약 30%다. 인천의 경우, 전체 준-중환자 병상 23개 중,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병상이 없는 상태다.
감염병 전담병원 역시 28.3%만 비어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25일 기준 총 9134개로, 전국 71.7%가 사용 중이다. 수도권의 경우 남은 병상은 687개다.
생활치료센터는 전체 84개소·1만 9368병상중 55.4%가 사용 중이다(25일 기준). 이용 가능한 병상은 8647개다. 이 중 수도권 지역은 1만 2912병상을 확보하고 있고, 가동률은 61.0%로 5033병상이 남아있다.
■ "현재 의료체계, 의료진 희생으로 버티고 있어…이마저 무너지면, 국가 컨트롤 범위 넘어설 것"
전문가들은 에크모 치료를 요하는 위중증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확진세가 계속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A 공공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는 "에크모와 관련한 정보를 나누는 의사 단톡방(단체 채팅방)이 있다. 여기서 최근 상황을 공유하곤 하는데 최근 에크모 치료가 많이 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확진자 수가 늘면 4주 안에 중환자 역시 많이 늘어나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특히 40∼50대 등 젊은 층의 중환자가 늘고 있다. 30대 중증 환자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지속해서 2000명대를 유지한다면, 병상 수는 부족해질 것"이라며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숫자가 함께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도 그나마 의료진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국가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의료체계 안에서도 치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을 내놨다. 같은 숫자를 놓고, 정부와 실제 현장의 온도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현재 의료체계는 대략 20∼30% 정도의 여력이 있다. 이에 치료받지 못하거나 환자 자택 대기 등의 문제는 없다"며 "대략 2500명 이내 환자까지 문제 없이 대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500명 이상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면, 의료체계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며 "의료체계의 역량을 확충하고,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중환자 치료 병상 90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160여 병상, 생활치료센터 700여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병상 부족=인력·장비 부족…종합적 보완·지원 대책 필요
병상 부족은 곧 의료인력과 장비의 부족을 함께 동반하게 된다. 현재 정부에서 조치 중인 '병상 확보' 노력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각 지역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이 차례로 '만실'이 되는 사례가 생기자, 정부는 지난 13일 추가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해당 명령에 따라 수도권 소재의 22개 상급종합병원·국립대병원은 기존의 1% 병상확보를 1.5%로 확대해 120병상을 마련해야한다. 허가병상 700병상 이상의 9개 종합병원 역시 허가병상 중 1%를 중증환자 전담병상으로 확보해, 51병상을 추가해야 한다.
여기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반 병상 2∼3개를 비워야 한다. 음압장비, 인공호흡기 등을 함께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병상을 마련한다 해도 이를 관리할 인력 문제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즉, 현장 인력이 이미 풀가동 중이 상황에서 병상을 늘리는 것도 어렵거니와 이를 늘리기만 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4월에 개최한 제41차 대한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KSCCM·ACCC 2021) 및 한일공동학회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전담전문의 1명이 담당하는 병상 수를 선진국 수준인 15명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의로 1인당 병상수가 적을수록 전문의의 부담이 줄어들어 환자 1인에게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화되면서 '환자 안전'을 위한 인력 기준은 고사하고, 적정 인력 기준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 중인 C관계자는 "전담병상을 늘리라고 하지만 현장의 인력이 이미 풀가동 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수본에서는 앞서 25일 브리핑에서 "의료기관, 생활치료센터, 임시 선별검사소, 예방접종센터 등에 의사, 간호사 등 2759명의 의료인력을 파견해 치료와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료인력이나 장비 지원 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있었다. 여기에 중환자실 관리 경험이 없는 인력을 파견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인력들의 '번아웃'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C 관계자는 "방역당국에서는 파견 인력을 보낸다고 해도 중환자실 관리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기존 인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미 많은 의료진들이 지쳐있다. 언제 나가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 '번아웃' 넘은 '무기력'…"확산 막으려면 변이 바이러스 고려한, 새 방역 시스템 짜야"
계속되는 코로나19와의 사투, 그리고 '번아웃' 상황이 계속되는 데 대해 의료진들은 허탈감과 무기력을 느낀다고 했다.
A 흉부외과 전문의는 "병원에서 날을 새는 일은 이제 거의 일과가 됐다. 사태 초기부터 시작해 거의 1년 반 동안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했다"며 "이제는 지쳤다는 것을 느낄 수도 없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주변에도 '당연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새롭게 투입되는 인력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에 지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B 감염내과 전문의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은 하루하루 '번아웃' 상황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너무 장기화되다보니 이제는 번아웃을 넘어 무기력해진 상황이다. 그야말로 '무념무상'의 상태까지 왔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확진자 증가 및 중증환자 연령층 확대 이유 중 하나로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영향을 꼽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변이 바이러스를 고려한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B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전문가단체에서 델타바이러스 등 변이 바이러스를 고려한 새로운 방역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며 "특히 변이바이러스를 고려해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여·야 할것 없이 정치방역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간곡하게 말하고 싶다. 정치방역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이제라도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새로운 상황을 고려한 방역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