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3개 단체 공동 호소문…"과도한 규제"
필수의료 중단 대재앙 초래…환자 인권 더 침해
산부인과의사들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부결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8월 26일 공동 호소문을 통해 "감시와 억압, 수많은 규제 일변도 입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에서 벗어나 전문가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의사들은 "개인은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함부로 공개되지 않을 소극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갖는다"며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 침해(촬영행위 등)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명토박았다.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을 금지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의미도 되짚었다.
산부인과의사들은 "산부인과 수술실에서는 수술 전 환자가 탈의 후 소독이 이뤄지면서 탈의실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라며 "여성 환자가 산부인과 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포가 씌워지기 전까지는 수술 침대 위에서 전신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산부인과·비뇨기과·유방/항문외과 등의 경우는 특성상 수술 부위 소독 및 수술 과정에서 민망한 자세가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 수술은 거의 전신 노출 상황에서 촬영될 수밖에 없고, 한 번 만들어진 영상정보는 언제든지 유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환자와 의사 누구에게도 득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인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되고, 인권·초상권·사생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산부인과의사들은 "수술실의 산부인과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나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면서 자존감을 떨어지고,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 심각한 인권 문제가 발생한다"며 "감시와 통제가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해치고, 오히려 환자의 인권이 더욱 침해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수의료 중단이라는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갔다.
"수술실내 CCTV 촬영만 없다면 없을 다음의 수많은 벌칙으로 인해 외과계열 의사들은 질식 상태에서 수술을 해야 할 것이며 외과계열을 지망하려는 전공의는 그나마 명맥조차 이을 수 없어 필수 의료의 중단이라는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 산부인과의사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수술 의료진은 수많은 처벌조항으로 인해 수술 환경은 악화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법안 부결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산부인과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일부의사들의 일탈을 확대 해석한 소모적이고 과도한 규제일 뿐"이라며 "전문가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하며, 환자-의사 간 신뢰를 위해 국회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