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촉발한 혈액수급난…헌혈만으론 충분치 않다

코로나가 촉발한 혈액수급난…헌혈만으론 충분치 않다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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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지속되면서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혈액량은 50%로 줄었다. ⓒ의협신문
코로나가 지속되고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혈액량은 50%로 줄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지난 8월 11일 대한의사협회는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헌혈캠페인을 벌였다. 의협 뿐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부족한 혈액 수급에 보탬이 되고자 팔을 걷고 있다는 뉴스들이 눈에 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밀접 접촉에 대한 경계심으로 헌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사자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런 상황은 매일 수치로 확인된다. 혈액보유량의 적정량은 적혈구제제를 기준으로 하루 5일분인데 이를 기준으로 5일분 미만(혈액수급부족 징후)은 '관심', 3일분 미만(혈액수급 부분적 부족)은 '주의', 2일분 미만(혈액수급부족 지속)는 '경계', 1일분 미만(혈액수급 부족규모 확대)은 '심각' 단계로, 각 단계에 따른 대책이 세워진다.
 
1년 8개월여 지속된 코로나 19와의 장기전 탓에 하루 혈액 보유량은 3일에서 4일 이하로 '관심'와 '주의' 단계를 오락가락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혈액원은 일선 의료기관에서 요청하는 물량의 50%만 공급하는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정부가 혈액부족 사태로 재난문자까지 보내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경계' 단계 직전도 발생하자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단체 헌혈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코로나 19 상황이 혈액 부족을 더욱 심화시켰지만 사실 국내 혈액수급은 이전에도 그리 좋지 않았고, 앞으로도 문제다. '인구고령화'가 혈액부족의 뇌관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지 오래다.  

혈액관리본부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헌혈자의 연령은 10∼20대 56.2%, 30∼40대가 33.9%, 50∼60대가 10% 였다. 국내 공급되는 절반이상의 혈액이 10∼20대의 학생이나 군인 등 특정 연령·특정계층에 치중돼 있고 50∼60대의 헌혈량은 미미하다.  

저출산 영향으로 청년층이 감소하면 젊은 층의 헌혈은 줄어들게 뻔한데 반면 늘어나는 노년층 때문에 필요한 혈액은 많아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10∼20대의 특정 연령, 특정 계층에 의존하는 현 구조에서 중·장년층 등으로 헌혈 인구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부족한 혈액을 헌혈인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상황에 묻혔지만 지난 6월 고려대 안암병원이 '한국형 적정수혈 가이드라인'을 내 놓은 것은 혈액수급과 관련해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병원 단위의 적정 수혈 경험 및 증례가 담긴 지침서를 내 놓은 것인데, 그간 국내 의료현장에서 괸행적으로 이뤄졌던 수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사실 안암병원과 같은 '환자 혈액 관리'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집행위원회(EC) 등에서 2010년 부터 세계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개념이다.

수혈이 필요없는 환자에게는 수혈하지 않고, 필요한 환자는 자신의 피를 최대한 활용하게 하는 등 꼭 필요한 수혈만 하도록 의료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혈액을 절약하는 것이다.

국내 학자들도 2017년 '환자혈액관리 국제학술대'를 열어 세계적 수혈 전문가들을 초빙해 글로벌 추세를 소개하고, 국내 도입에 모멘텀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학술대회에는 한국이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2배 더 혈액을 사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혈액 사용량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까지 기세가 등등하지만 코로나는 언젠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인구구조로 보아 혈액부족사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터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 뿐 아니라 의료현장의 여러 관행들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헌혈을 독려해 수혈에 필요한 혈액량을 늘리는데 방점을 뒀다면, 이제는 혈액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는 '환자 혈액 관리' 등의 진일보한 의료적 대안으로 속도를 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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