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대개협 회장, '의료정책포럼'에 수가계약 문제점 및 대책 진단 기고
SGR모형 문제점 가입자·공급자 모두 공감…모형 개발한 미국 2014년 폐기
경영악화·노동관계법 악재 속 고용 창출…"적정수가 국민 인식 전환 이끌어내야"
현행 수가계약 방식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깜깜이 '밴드'(주가소요재정) 결정, 불공정한 SGR(Sustainable Growth Rate·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모형, 일방적 패널티 부과 등이 꼽혔다.
적정수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보험료 인상과 함께 17조원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과 25조원에 이르는 국고 지원 미수금 활용 등이 제안됐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현행 수가계약의 문제점과 대책' 기고문을 통해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적정수가 보전을 통해 국민 건강권 수호와 보건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밴드 폭을 꼽았다.
김동석 회장은 "밴드를 모르기 때문에 눈치작전을 할 수밖에 없고, 계약기간 만료일을 넘기면서까지 버티면서 다른 유형이 체결되고 남은 밴드를 찾아 한 푼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하이에나의 심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불공정 협상의 이유로 SGR모형을 들었다.
SGR모형은 적용 기준 시점이나 사용된 거시자료 등에 따라 환산지수 값의 격차 발생, 목표 진료비 산출방식의 타당성 결여, 거시적 진료비 관리 기능 미흡, 병원-의원 간 수가 역전현상 발생 등 문제점에 대해 가입자·공급자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모형을 개발한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 실제 계약 시 적용의 한계 등을 이유로 SGR모형을 폐기했다.
일방적인 패널티 부과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급자에게만 패널티가 부과되는 현행 방식으로는 불공정 협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유형별 수가협상 도입 이후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바닥권에 그친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2008년 대비 2020년 진료비 증가율은 의원 107%, 병원계 202%, 치과계 326%, 한방계 117% 등이고, 연평균 진료비 증가율도 의원 6.2%, 병원계 9.7%, 치과계 12.8%, 한방계 6.7%로 나타나 가장 적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게다가 여러 차례 수가협상이 결렬되면서 패널티에 따른 손해도 가중됐다.
김 회장은 "수가가 복리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손해에 손해가 겹친 꼴"이라고 토로했다.
불합리한 수가계약 구조로 인한 여러 문제가 노정되고, 경영악화에 폐원까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고용창출은 돋보였다. 보건의료산업의 풀뿌리가 튼실하게 자리잡는데 자양분이 됐다.
더구나 최저임금 상승, 주52시간 근무 등 강화된 노동관계 법규에 따라 의료기관 부채가 늘어가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간호사·간호조무사 고용은 24% 늘어났다.
김 회장은 "의료비 지출이 노동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며 "이젠 국민도 의료기관들이 고용츨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 합리적 수가협상을 통해 수가 정상화 노력에 함께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수가협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
적정수가를 위한 재원 마련과 수가협상 구조 전면 개편이 선결과제로 제시됐다.
김 회장은 적절한 보험료 인상으로 의료의 질적 제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국민적 저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밖의 재원 마련을 통해 밴드를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17조원의 일부를 활용하고, 국고지원 미수금 25조원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이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건보공단이나 재정운영위원회는 건보재정 흑자 땐 보장성 강화·노인인구 증가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적자 땐 의료기관의 고통분담을 요구해 왔다.
건보 재정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적립금 규모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수가협상에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수가협상 구조의 전면 개편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이다.
의료단체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재정운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협상 결렬 때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별도의 조정기구를 설치해 협상 과정 전반을 살피고 합리적 수가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회장은 "SGR모형을 비롯 현재의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는 전면 개편돼야 한다"며 "합리적 수가협상을 통해 공급자인 의료계가 적정수가를 보전받아야만 국민 건강권 수호와 보건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