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처방 '환자 안전성 확보'가 관건

전화상담·처방 '환자 안전성 확보'가 관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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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불필요 의료 수요 억제 방안 선결조건
'도입되도 불참' 70.8%…환자 모니터링·비대면진료 병행 바람직
비대면진료 확대 대비 직역·진료과·종별 이해관계 의견수렴 필요

[그림] 전화상담·처방 진료 제공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
[그림] 전화상담·처방 진료 제공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처방에 '부정적'(77.1%)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사들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비율이 59.8%나 됐다. 

왜 의사들은 전화상담·처방에 부정적이고 불만족스러워할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에 수록된 '의료계 의견조사'에 따르면, 의사 대부분(70.8%)은 향후 전화상담·처방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참여치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29.2%는 참여 입장을 표명했으며, 근무기관별·진료과별·지역별·의료기관 종별 등에 따라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사들이 꼽은 '불만족' 이유는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어렵다(83.5%) ▲대면진료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8.7%) ▲진료비 수납·처방전 발급 절차 복잡(6.0%) 등으로 나타났다.

또 전화상담·처방에 참여치 않은 이유(복수응답)로는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어렵다(70.0%) ▲책임소재 문제가 부담된다(56.1%) ▲진료 기본원칙에 맞지 않는다(51.1%) ▲원격의료 확대 우려(21.2%) ▲대면진료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16.2%) 등을 답했다.  

두 경우 모두 '환자 안전성 확보'가 화두다.  

[표]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 시 제공 의향 (단위: 명, %)
[표] 전화상담·처방 제도 도입 시 제공 의향 (단위: 명, %)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인식에는 직군별로 차이가 컸다. 의대소속 의사(46.9%), 교수직군(37.2%) 등은 긍정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군대·군병원 군의관(87.9%), 보건기관 공보의(85.5%) 등은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서비스 제공 후 만족도는 교수직군(46.7%)·개원의(46.1%)가 높았다. 

공보의(52.1%)와 군의관(53.4%)은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공보의·군의관 등은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안전성 확보의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불만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보고서는 비대면진료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근무기관별, 진료과별, 지역, 의료기관 종별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지속적 의견수렴과 정책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환별 이용행태 분석에서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이용률이 높았으며, 위식도역류·협심증·갑상선기능저하증 등도 많았다. 알츠하이머·뇌경색증 등도 다빈도 경향을 보였다. 

환자 1인당 평균 이용횟수는 조현병·수면장애·우울 등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에서 잦았다. 

제대로 된 검증을 위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보고서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환자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전화상담·처방이 만성질환 관리이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환자 데이터 기반 연구를 통해 건강결과 효과 분석 시행과 환자들의 이용사례를 통한 검증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소외계층의 접근성 향상과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측면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대면진료 원칙에 기반한 보완적 형태의 비대면 진료 모델 개발이 제시됐다. 

현 시점에서 대면진료가 가능한 상황까지 편의성만을 앞세워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것은 타당치 않으며, 지속적 환자 모니터링과 비대면진료를 병합한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의료사각지대 환자의 접근성 제고 방향에 대한 문제도 짚었다. 

환자가 자의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지속하거나, 청각·인지기능 등이 저하된 고령 환자 등의 경우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비대면진료로 전면 대체하기보다 대면진료의 의료접근성을 유지하면서 유기적·통합적으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차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지역사회 기반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구축해 일차의료기관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미충족 의료서비스를 발굴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차의료기관은 환자-의사 간 관계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 전화상담·처방 만족도(단위: 명, %, 점)
[표] 전화상담·처방 만족도(단위: 명, %, 점)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노정됐다. 

의학적 유효성·타당성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대상 의료기관, 진료과목, 질환, 진료내용 및 방법(유·무선전화/화상통신 등), 동일 질병 1일 진료 횟수·처방횟수 제한, 보험수가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불필요한 의료 수요 억제 방안 역시 선결조건이다. 

비대면진료가 무분별하게 도입되면 과도한 진료·처방이 유발되고, 환자 유치 경쟁으로 의료전달체계 왜곡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고려해 경제적 측면의 접근이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환자 안전성 확보 문제는 제일과제다.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불안과 부작용 발생 위험이 큰 전화상담·처방은 정기적 대면진료를 병행해 오진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만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할 경우에는 전화진료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다.

즉, 전화진료 형태의 비대면진료는 불합리하며, 환자의 정확한 의학적 상태와 필요를 평가하고, 약물 처방 효과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속적 평가와 모니터링이 가능한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보고서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처방을 본격적인 비대면진료로 확대하기에 앞서 기본 원칙을 설정하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거나, 미처 예상치 못한 다양한 위험요인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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