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40년 먹고 살았으니 다음 50년은 '데이터 기반 의료' 죠"
'의사는 시간을 선물하는 직업'...스마트 벨트 이어 디지털 치료제 개발
"제 목표는 우리나라가 50년 먹고 살 수 있는 산업을 찾는 거예요."
남다른 포부를 갖고 있는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그 포부만큼이나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조기졸업 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보건복지부 공보의를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삼성전자의 11번째 spin-off 회사인 '웰트'의 대표가 됐다. 스마트 벨트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 '웰트'는 지금은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사란 사람들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강성지 대표. 기업가지만 '의사의 삶을 살고 있다'는 그를 만나 웰트 창업에서 현재 그가 집중하고 있는 데이터 기반 의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일 먼저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이러한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궁금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애국심'을 꼽았다.
"저한테는 기본적으로 민사고 재학 당시 탑재된 애국심이 있어요. 내가 속한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 애국심과 더불어 새로운 것을 꿈꾸며 틀에 박히지 않는 삶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처럼 보였다.
'웰트'를 만들기 4년 전 '모티브 앱'이라는 회사를 처음 창업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공보의로 근무할 당시 다양한 보건의료 혜택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포켓몬 고'와 유사한 위치 기반 미션 시스템을 지원해 주는 앱을 만들었다. 사람들을 움직이도록 유도해 더욱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자는 취지의 앱이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창업 2년 만에 다시 세브란스로 돌아가야 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했는데 공급자의 입장에서 공급자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했다"며 당시 실패를 떠올렸다.
세브란스로 돌아가 인턴 생활을 하던 그는 6개월 만에 친구의 추천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 삼성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분야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PT를 했고, 그때 그가 구상하고 있던 스마트 벨트인 '웰트'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 웰트가 현재 강성지 대표가 창업한 회사의 이름이자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인 스마트벨트의 이름이다.
입사 후 회사 내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웰트'라는 아이디어로 1등을 했고 이를 통해 C-lab에서 1년간 독자적 연구 및 개발 기회를 잡았다. 그로부터 2년 후 '웰트'는 삼성전자의 11번째 spin-off 회사로 분사했다. '웰트'는 분사 후 규모를 꾸준히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 방불 땐 경제 사절단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빈폴, ST 듀퐁과 같은 패션브랜드와도 협업하며 스마트 벨트를 판매했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강성지 대표는 "제 발재간 같은 거예요. 메시도 골만 넣는 것이 아니라 발재간도 부리잖아요"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을 드러냈다.
그럼 강 대표에게 메시의 골과 같은 목표는 무엇일까?
"제 목표는 우리나라를 50년 먹여 살릴 수 있는 산업을 찾는 거예요. 현재 반도체를 통해 40년 정도 먹고 살고 있잖아요. 저는 데이터 기반 의료가 향후 50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절대로 놓치면 안되는 트랜드죠"라는 확신에 찬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웰트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벨트가 데이터를 얻는 디바이스라면 디지털 치료제는 이를 통해 치료하는 약이고 주로 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듯이 디지털 치료제로 앱을 처방하고 환자는 부여받은 코드로 부여받은 기간 동안 앱을 사용한다. 그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코드는 소멸하며, 환자는 다시 병원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먹는 약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처방한다. 불면증, 알코올 중독, 거식증 등을 주 타깃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세브란스에서 임상을 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원격진료에서 우려되는 이슈들을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제3의 해결책이자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에요. 약을 2개월 처방하듯 앱을 2개월 처방하고 그동안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다시 내원했을 때 그 모든 정보를 종합해 진료할 수 있으니까요. 의사를 도와주는 동시에 환자 맞춤 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디지털 치료의 임상시험이 기존의 약에 비해 짧고 빠르기 때문에 곧 제약산업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강 대표는 마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제 데이터, SNS 데이터, 위치 데이터, 건강 데이터 등 개인과 관련된 데이터들이 하나의 마이 데이터로 모으고, 의료의 차원에서 디지털 치료제와 접목하면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비록 진료 현장을 떠나 이렇게 기업가로 살아가고 있는 강성지 대표는 자신의 방식대로 '의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의사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의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