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료 입법…의사를 사지로 몰아서야"

"국회 의료 입법…의사를 사지로 몰아서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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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유력 정치인 세 과시용 입법 남발" 일침
대구시의사회 14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추진' 주제 공청회

대구광역시의사회는 14일 오후 7시 라온제나 호텔에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추진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최근 입법되는 의료관련 법안 및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신문
대구광역시의사회는 14일 오후 7시 라온제나호텔에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추진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의료관련 입법과 의료 정책이 의사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의협신문

"일부 정치인들이 법안 발의 수를 채우기 위해, 유력 정치인이 이익과 목적을 위해 의료 관련 입법을 무분별하게 발의하고 있다."

이상호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은 14일 오후 7시 라온제나호텔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 공청회'에서 "국회에서 발의하고 있는 각종 의료 관련 법안들이 의료인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인의 이익과 목적에 따라 무분별하게 발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호 부회장은 '대한민국 현 의료정책의 문제점과 올바른 의료정책 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의료법 개정안) ▲의료인 면허관련법 ▲전문 간호사법 ▲보건의료노조 파업관련 노-정 합의문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 및 정부 정책을 진단했다.

이상호 부회장은  "최근 국회는 수술실 내부에 CCTV의 설치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의료인 면허관련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돼 있고,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 했고, 보건의료 노조의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 노-정 합의를 함에 있어 그들의 권한을 넘어서는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면서 "법안 발의 수 채우기, 유력 정치인의 세 과시 등을 위한 법안 발의가 계속 추진된다면 의료계의 가장 큰 축인 의사들의 전문가적 소신 진료와 환자와의 신뢰가 기반이 된 좋은 의료제도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노-정 합의문에 의사의 수를 늘리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공급자의 가장 큰 축인 의사들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상호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 ⓒ의협신문
이상호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 ⓒ의협신문

CCTV법·전문간호사법·의료인 면허관리법 등 의료의 큰 축 의사들 배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반인권적 소지가 있어 시행하지 않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의사협회장도 서한을 보내 파쇼적 정책을 비판하면서 CCTV 설치의 목적이 전혀 합목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내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수술실에 대한 무지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의료사고의 증거로 필요하다는 것은 CCTV가 전혀 그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수술실 한 번만 참관하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수술 예방 목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도 짚었다. 수술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상태에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며, 대부분의 대리수술은 내부자 고발로 밝혀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 부회장은 "CCTV 법은 의사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해치는 범죄자로 상정해 놓고, 범죄 예방의 목적으로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법익침해의 최소성, 비례의 원칙, 보충성의 원칙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년 유예라는 예외규정을 두고있지만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는 법이고, 이 법이 세계에 알려질 경우 세계적으로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면서 "환자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환경인지도 모르고 수술을 받는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법안이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기준을 착오로 위반하거나 의사 파업 중 진료개시 명령 위반 시에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으며, 교통사고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도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일수록 의사들의 파업을 그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현 정부의 행태는 2020년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한 보복입법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대한의사협회도 강력범이나 성추행 대리수술에 대한 경우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과실범에 대한 면허취소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국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간호사법,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위한 근거 제공" 지적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가 조장될 것도 짚었다.

이 부회장은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전문간호사의 자격 제도를 활성화 하고, 전문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행령의 개정안을 보면 '진료의 보조'를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해 의사의 면허 범위를 침범해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으며, 모법인 의료법에도 없는 '지도에 따른 처방'이라는 업무를 신설해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위한 근거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한의사가 전문간호사를 지도해 주사·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해 불법의 합법화 소지가 있고, 특히 마취는 의사 고유의 진료영역으로 전문간호사가 마취를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알렸다.

또 "응급 상황의 대처에는 응급전문 간호사만이 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어 기존의 의료체계에 있던 응급구조사와의 갈등의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2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관련 협상에서 만들어진 노-정 합의 문구에 공공의사 인력의 양성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이 포함된 것도 의료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의사를 배제시켰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노-정 합의는 2020년 9.4 의정합의에 정면으로 위배 되며, 노-정 합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또 간호 인력의 처우 개선 문제는 정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의협과 병협 등과 함께 논의해야만 한다"며 "수가 인상이나 인력에 관한 규제 등은 포괄적으로 재논의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이런 식의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면 의료계의 가장 큰 축인 의사들의 전문가적 소신 진료와 환자와의 신뢰가 기반이 된 좋은 의료 제도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의료는 백년대계의 생각을 갖고 제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힌 이 부회장은 "실제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의사 한 명이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만 11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되는 과정에 자신의 미래와 관련된 법안이 조령모개 식으로 바뀐다면, 쏟아지는 최신 학문과 기술을 습득하기도 벅찬데 너무 가혹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의료 후퇴 우려…'의사-환자 신뢰 형성 위한 노력' 정부에 요구
내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의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기본적인 의료정책의 방향(지역의료 활성화로 고령사회를 대비, 필수의료 국가 안전망 구축, 공익의료 국가 보상제 도입, 의료분쟁 걱정 없는 나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보건의료 서비스 일자리 확충, 보건부 신설)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향후 의료정책은 의협이 제시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의료의 본질은 결국 환자와 의사와의 신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더욱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국민에게 우리나라의 의료인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홍보해 국민과 의사와의 신뢰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대한민국 의료진들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직역 간 갈라치기와 정치적 계산에 따라 국민을 선동해 의료진들을 사지로 몰고, 자존감과 패배감을 안겨 선의를 없애 버리는 정책을 계속해서 양산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는 후퇴할 것이며 대한민국도 후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제 발표 이후 의료정책에 대한 자유 주제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코로나 19비상대응자문단 이경수 교수,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김대영 대구시청 시민건강국장, 심태진 경북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표, 정인영 대구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 학생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 국민의힘 홍석준 국회의원, 강윤구 대구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을 비롯해, 대구시의사회에서는 정홍수 회장, 이성구 전 회장, 김병석 전 회장(현 의협 감사), 김정철 대의원회 의장, 그리고 이우석 경상북도의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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