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훈 교수, 미프지미소 허가 논란 관련 전문가 의견 전달
8일 식약처 국감 수입사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 증인 출석 예고
경구용 인공임신중절의약품 '미프미지소(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허가 논란과 관련해,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국정감사 현장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나성훈 산부인과학회 낙태법특별위원회 위원(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7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낙태약 허가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필요한 임상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먹는 낙태약 문제를 쉽게 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임부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미프지미소는 영국 제약사인 라인파마인터네셔널의 제품으로,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mc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이다.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결합해 그 작용을 방해해 자궁내막을 탈락시켜 임신을 종결시키는 기전이다.
나 교수는 "이를 안전하게 복용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정상임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진단이 안된 상태에서 자궁 외 임신을 한 사람이 약을 먹으면 시기를 놓쳐 조직이 파열되고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 교수는 "먹는 낙태약이 낙태 시술보다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고 부연했다.
"치료적 방법으로 내과적 외과적 접근법이 존재하며 수술이나 마취에 위험이 있는 환자는 약물을 선택할 수 있고, 약물로 인한 출혈위험이 더 큰 경우 수술이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 나 교수는 "의사의 판단 하에 산모와 함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 무엇이 월등하다거나 무엇이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먹는 낙태약이 도입되더라도 병원에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 교수의 지적이다.
나 교수는 "임신 초기에만 안전이 보장되므로 여러 나라에서 임신 9주 이내에만 투여하고 있다"며 "임부의 안전을 위해 모니터링 등이 필수적이어서 독일과 영국 등지에서는 병원에서만 이를 복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프지미소 국내 도입은 현대약품이 추진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라인파마인터네셔널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냈다. 미프지미소가 허가된다면, 국내 첫 경구용 인공 임신중절의약품 도입 사례가 된다.
국민의 힘 서정숙 의원은 "이 약물이 허가 된다면 국내에 처음으로 약물낙태가 도입되는 셈이다. 이런 사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회적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나 교수 또한 "허가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필요한 임상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가교임상'을 통해 국내 여성에서의 의약품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실제 도입 땐 임부의 상태에 따라 투약이 가능하도록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과 연계해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프지미소 허가 논란은 8일 국감현장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소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