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신문] 의사 대상 설문조사…50.3% "낮은 인식", 35.3% "다른 질환 오인" 꼽아
혈액검사 권고 87.6%...진단율 높이려면 정확한 정보, 전문 인력·지원 강화해야
의사 10명 중 6명(59.4%)이 희소질환인 '유전성 혈관부종'의 진단율을 높이려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25.3%는 '희소질환 관련 전문 인력과 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12.7%가 '국가 주도 임상 관찰연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표 1>.
유전성 혈관부종은 인구 5만∼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소질환이다. 국내 1000여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2020년 기준으로 진단 환자는 91명에 불과하다. 대다수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관성 혈관부종은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혈장 단백질 'C1 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결핍되거나 기능이 저하돼 입술이나 얼굴·손·발·소화기관·상부호흡기 등 다양한 부위에 부종이 나타나는 '급성발작'이 주요 증상이다. 일반적인 혈관부종과 달리 '두드러기'나 '가려움증'이 없고 발병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부종 외에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기도폐색이나 장폐색 등의 심각한 중증 급성발작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부모 중 1명이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유전 확률은 50%에 달한다. 호흡기 부종이 생기면 기도 폐색이나 위장관 부종이 발생해 장폐색으로 자칫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의협신문]은 9월 1∼6일 371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희소질환인 '유전성 혈관부종' 인지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대상 의사의 47.7%는 '유전성 혈관부종'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36.1%는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알지 못한다'라고 대답해 진단되지 않은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를 찾아내려면 우선 의사의 질환 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진단율이 낮은 원인으로는 조사대상 의사의 절반(50.3%)이 '질환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낮은 인식'을 꼽았다<표 2>. 35.5%는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서', 13.3%는 '지역 내 전문가와 전문 치료 시설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낮은 유전성 혈관부종에 대한 인지도로 예상되듯 유전성 혈관부종에 대한 스테로이드 치료제의 효과와 치료제 급여 여부, 환자 친인척에게까지 혈액 검사를 권고해야 하는지 등 관련 정보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의사의 22.1%만 '유전성 혈관부종이 의심되는 환자는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유전성 혈관부종의 급성발작에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가 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24.3%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응급치료제로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가 국내 허가된 사실도 8.9%만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12.4%만이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는 희소난치성 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일부 진료비가 지원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낮은 진단율에 비해 진단 후 치료 권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지가 강했다.
대다수(87.6%) 의사는 유전성 혈관부종이 의심될 경우 혈액검사를 통한 가족 단위의 스크리닝과 유전상담서비스를 환자에게 강력히 '권고'하거나, '권장'하겠다고 밝혔다<표 3>.
유전성 혈관부종을 '알고 있다'라거나 '인지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의사 중 22%는 학회와 제약사 등을 통해 알게 됐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13%는 미디어, 또 다른 13%는 현재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내원해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한 전문의는 "진단되지 않은 환자를 찾아내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조기 진단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신속히 진단율을 올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원인이 불분명한 안면 부종과 후두부종·구토·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유전성 혈관부종이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알레르기내과 전문의와 상담 및 혈액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검진을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