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환경 유튜브로 진화...재미있고 유익한 '의협TV' 새로운 역할 기대
'조국흑서' 공저 기생충 교수 '서민' 8일 의협 의료정책최고위과정 강연
"대중을 설득하고,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 유튜버들이 좀 더 많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서민 단국의대 교수(기생충학교실)는 10월 8일 용산임시회관 7층에서 온오프인으로 동시에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30기 의료정책최고위과정 강연자로 참석, '미디어 세상에서 의료인의 대처'를 주제로 강의를 통해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미션은 재능이 있는 많은 의사회원이 유튜브 스타가 됐으면 하는 것"이라며 강의 주제를 제시한 서 교수는 "여러분이 유사시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대중을 설득하고, 여론을 조금이라도 반전시킬 수 있는 든든한 스피커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 교수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단국의대 기생충학교실에 재직하면서 꾸준히 신문 칼럼과 방송 출연은 물론 저술 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2020년 8월 강양구·권경애·김경율·진중권 씨와 함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를 공동집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튜브에 '본격 정치 예능-서민의 기생충TV'를 통해 대중과 교감하고 있다.
서 교수는 여론으로부터 외면당한 대표적인 사례로 2000년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료계 파업투쟁을 꼽았다. "당시 언론은 '환자생명 볼모 폐업, 살인행위...시민들 분노'라는 기사를 통해 공동의 선을 외면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내세운 파업이라고 의사를 매도했다"고 밝힌 서 교수는 "당시 의사파업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5%도 안 됐다. 국민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 2000년 의사파업이 실패한 것도 국민 여론이 뒷받침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경찰청의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 보도 역시 의사를 비난의 대상으로 겨냥했다. 서 교수는 "살펴보니 의사뿐 아니라 한의사·수의사·치과의사까지 다 합한 편파적인 자료"라면서 "이런 기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의사 면허취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예전에는 의사 편을 들어주는 정권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의사를 위한 정권은 없다. 15만 명도 안되는 의사에 신경 쓰는 정권을 없다"고 단언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공공의대 신설과 의사 증원에 반대하며 투쟁에 나선 의료계의 단체행동을 바라보는 여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기사를 보면 '의사단체 파업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5.2%다. 그런데 놀랍게도 파업에 공감한다는 비율이 38.6%로 나왔다"고 밝힌 서 교수는 "그만큼 정부가 인심을 많이 잃었기 때문인데 이 정도면 공감 비율이 엄청나게 높다.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남의 파업에 이렇게 공감할까?"라고 반문했다.
서 교수는 "의료계 파업에 공감을 많이 받은 이유 중의 하나가 시민단체가 의사를 뽑는다는 것이었고, 시민단체의 비리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라면서 "국민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시국에 의사들의 노력이 절실함에도 정부가 가슴에 칼을 꽂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봤기에 의사 파업에 공감을 많이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과 온라인 매체의 등장을 꼽았다.
서 교수는 "그동안 언론 환경이 많이 변했다. 20년 전에는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고, 댓글 문화라는 게 없었다. 지금은 얼마든지 댓글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예전과 달리 많은 의사들이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특히 의료계가 유튜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서 교수는 "방송이나 신문에 의사들이 코멘트를 한다고 해도 굉장히 짧게 한 두 마디 하거나 다섯 줄 정도밖에 안된다. 그런데 유튜브는 2∼3시간 동안 설득력 있게 얘기를 할 수가 있다"면서 "유튜브를 본 사람은 이런 측면이 있구나, 내가 모르는 면도 있다며 동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옛날에는 아무리 바빠도 9시 뉴스를 봐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유튜브만 보는 세상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뉴스 대신 유튜브만 보며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 서 교수는 "의사 유튜버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이슈가 터졌을 때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바쁜 회원들을 대신해 의협TV가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의협 TV에 출연해 "기생충은 숙주를 줄이지 않는데 대통령은 지금 숙주를 죽이고 있다. 기생충보다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유튜브 동영상은 27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앞으로 대규모 시위가 어려워지고, 그만큼 유튜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힌 서 교수는 "의협TV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나 의료에 대해 잘 알려주는 그런 콘셉을 갖췄으면 한다. 의료 현장에서 왜 이게 문제가 되는지를 차분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면서 "국민에게 의료계의 메시지를 잘 전할 수 있도록 의협TV에서 유튜버 의사를 키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상호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과정생 간에 얼굴을 익히거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해 참 안타깝다"면서 "온라인 줌으로 진행하는 강의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30기 여러분의 열정과 최고위과정에 대한 애정을 보며 고맙게 느끼고 있다"고 격려했다.
권소영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운영위원(강남구의사회 총무이사)이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강의에는 김영진 의협 감사, 서강욱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기획의사 등 70여 명이 참석,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은 10월 14일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을 초청, '건강보험 제도 심사와 평가의 현황과 발전적 방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