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차 출동했으나 병원 이송 지체…이송병원과 환자 정보 공유 '핫라인' 부재
치료 참여 의사 법적 안전장치 마련 및 재택치료 환자 분류 및 이송체계 개편돼야
박진규 의협 부회장 "신속 대응체계 전면 재검토 및 환자 동의서 작성 필요" 제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재택치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례가 21일 발생, 이송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위드 코로나 체계로 가면 재택치료가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택치료 환자 분류 및 응급이송과 관련한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환자가 원하면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4시간 대응 체계 및 응급상황 발생 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8일 재택치료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중대본은 우선 24시간 의료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워 모니터링이 힘든 동네의원 보다는 비교적 인력 동원력이 있는 감염병 전담병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했다. 전담병원에서 재택치료 확진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에 따라 재택치료 대상자가 확정되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집에서 건강 모니터링 및 비대면 진료·처방을 받고,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전에 지정한 이송의료기관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서대문구에서는 이송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송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데 있어 이송수단과 관련 119와 이송의료기관 간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고, 출동한 119 구급차도 전담 구급차가 아니어서 시간이 지체됐던 것.
이번 서대문구에서 재택치료 중이던 60대 환자가 병원 이송 중 사망한 것과 관련 중대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소방청, 방대본, 지자체와 이송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중대본 관계자는 "재택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이상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이송체계"라며 "갑자기 몸이 아파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바로 전담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다시 한번 체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에 대한 확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도 재차 강조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지금은 격리치료가 우선으로 돼 있지만 앞으로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해서 일상회복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송체계가 문제가 있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재 전담 구급차는 20대로 운영하고 있고, 이번의 경우 일반 종합방재센터에서 확인한 결과 환자가 이상 없이 통화가 가능해 일반 구급차가 먼저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착해서 환자 예후 및 징후를 확인하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전담 구급차가 이후에 도착해서 같이 응급처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25분 정도가 지체됐는데, 병원 선정 부분에서 시간이 길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19 구급차가 출동은 했지만, 자가격리자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치료 중이었던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구급차는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응급조치가 가능한데, 이번 경우는 자가격리자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재택치료 대상자라는 정보를 몰랐다"며 "이 때문에 병원 선정을 요청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택치료를 선택한 환자들에게 이송의료기관 및 이송체계에 대한 안내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사망한 환자는 재택치료 결정을 하고 방역당국으로부터 자신이 응급상황일 때 치료를 받을 병원과 전화번호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 받았다. 그런데도 지정된 이송의료기관으로 전화를 하지 않고 119로 전화를 했다.
이와 관련 중대본 관계자는 "재택치료 대상자에게 병원을 알려주고 있는데, 환자분이 119로 전화를 했고, 119에서는 일단 출동을 해서 보니까 그것이 일반인이 아닌 코로나19 재택치료 확진자로 판명이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진규 의협 의무 부회장은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방역당국 및 소방청 등과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 사망한 환자는 백신 미접종자이고, 고령에다가 무증상이었지만, 1주일 전에 호흡곤란이 있어 위중증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며 "재택치료를 원했더라도 비대면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재택치료 대상자를 제대로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송체계 정비 및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방역당국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박 부회장은 "119 구급대에서 출동을 했어도 재택치료 환자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보다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핫라인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아무리 비대면으로 환자상태를 확인하더라도 환자가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재택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증상 악화 시 대처방안을 더 자세하게 안내해야 하고, 해당 이송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택치료에 참여하는 의료인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 부회장은 "현재 비대면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의사들의 경우 이번 경우처럼 악 결과가 나올 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의료진에 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환자에게 안내하고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의서에는 '재택진료 중 환자의 증상악화가 발생하더라도 정부의 지침을 준수한 경우 과실이 아닐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환자가 무증상으로 재택치료를 받더라도 일반 환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어느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대상자에게 강조하고, 병원과 환자를 매칭시켜주는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