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선별검사·대장암 내시경 도입 지지부진 '비판'
출장검진 확대 "탁상행정"...지질검사 주기 2년 환원 요구
정부가 내놓은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을 놓고, 검진 개원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대한검진의학회는 24일 학술대회에서 현행 국가검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핵심은 지난 6월 발표된 '제3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이다. 국가검진 종합계획은 5년 주기로 마련되며, 이번 3차 계획의 적용기간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다.
검진의학회 측은 국가검진계획에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막판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으나, 사실상 정부 내부적으로 확정한 내용을 공개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열린 공청회도 진료가 한창인 낮시간 대에 열려, 정작 개원의사들이 이를 보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부족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적잖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진의학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C형간염 선별검사 도입, 대장암 내시경 검사 등은 이번 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C형간염 선별검사 도입 지연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국가검진을 통해 환자를 조기 발견해 치료한다면 환자 개인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전염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간질환·간암 진행 때 소요되는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국회의 지적이었다.
대장암 선별검사를 현행 분별잠혈검사에서 내시경 검사로 전환하는 부분도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검진의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생률 세계 1위 국가"라며 "분별잠혈검사로는 대장암의 원인이 되는 용종 여부 등을 진단할 수 없다. 내시경을 활용한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대장용종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장검진 대상을 요양시설과 특수사업장까지 확대하도록 한 내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출장 검진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만큼 부실검진이 있을 수 있다는 것.
현행 출장검진 대상은 △검진대상자가 속한 사업장 또는 기관이 요청한 일반검진 △섬·벽지 지역 검진대상자의 일반검진 및 암검진 △출장검진 필요항목에 대한 검진 등이다. 3차 종합계획에서는 여기에 요양시설, 특수사업장을 포함하도록 했다.
검진의학회 관계자는 "검진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장검진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단순히 수검률만 높이면 된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질검사 주기 환원이 누락된 점도 지적됐다.
앞서 정부는 기존 2년으로 규정돼 있던 지질검사 주기를 4년으로 늘린 바 있다. 검진 의료계는 검진 주기가 지나치게 길어져, 환자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의 환원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검진의학회는 학회 내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검진항목 중 혈색소(Hb)를 일반혈액검사(CBC) 항목인 백혈구 수, 적혈구 수로 확대 ▲당뇨병 조기 진단을 위해 당화혈색소(HbA1c) 도입 ▲검진 문항 축소 등 행정업무의 간소화 ▲대한검진의학회 등 검진 전문 학회의 교육평점을 검진기관 평가 시 가점으로 반영 ▲검진 결과 상담 수가 청구 시범사업 도입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