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의료기관에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고 '접종일수 축소 시행' 안내
이필수 회장, 정은경 청장 만나 "의료현장 혼란·부담 가중 개선" 요구
"백신 관련 정책 일방적 발표 지양…전문가단체와 협업·공조 필수" 강조
대한의사협회가 방역 당국이 의정협의체 논의를 통하지 않고 접종일수 축소방안(3일) 시행 안내를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발송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지양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1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관련 의협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필수 회장은 먼저 질병청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 후 "오늘부터 시작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지만, 의료계로서는 확진자 수 폭증과 중증 및 사망자 증가를 염려할 수밖에 없고, 위기상황에 대비한 보다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코로나19 관련 건의사항으로 국가 감염병 대책 마련에 있어서 의협과 같은 공식적인 전문가 단체와 긴밀히 공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질병청에서 운영하는 위원회 중 국내 최고 전문가단체인 의협의 추천 위원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이고, 국가의 질병 관리 주요 시책 마련에 있어 의료계와의 정보 공유 및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질병청의 의료관련 공식적인 위원회 및 협의체에 의협 추천 위원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감염병관리위원회의 민간위원 및 분야별 전문위원회 위원 추천 또한 공식적인 전문가단체인 의협을 통해 추천될 수 있도록 개선해 국가 감염병 및 방역대책의 전문성을 높이고, 의료계와의 원활한 소통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개편된 백신 접종기관 운영방안이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최근 질병청은 백신 배송과 관련 예약인원이 감소하는 11월에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보건소를 방문해 백신을 수령해가라고 지침을 변경했다.
또 백신 접종일수도 3일로 제한하고, 요일제 등록을 긴박하게 하도록 해 일선 위탁의료기관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현재 백신접종률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부분은 고무적이나, 그렇다고 백신 배송방식 변경을 급작스럽게 변경해 위탁의료기관들이 보건소에 아이스박스를 들고 가서 백신을 직접 수령토록 한 점은 불합리하다"라며 "일방적인 백신 배송방식 변경 도입을 중단하고 접종기관들에 대한 과도한 행정조치를 즉시 완화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종일수 축소방안은 요일제 설정 등록 연기 등 일부 반영이 됐지만, 위탁의료기관의 충분한 준비시간도 부여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어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비와 관련해서도 "백신의 특성 및 접종 상황을 고려해 인상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유지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비 및 지방비로 예방접종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영난과 인력난 등을 감안해 감염수가를 별도로 책정하는 등 추가 지원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청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건의해 준 내용은 긴밀하게 논의하겠다"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동반자의 자세로 상호 협력해 나가자"라고 답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협에서는 이필수 회장, 박종혁 의무이사가 참석했고, 질병청에서는 정은경 청장, 김헌주 차장, 박혜경 감염병정책국장, 홍정익 의료안전예방국 예방접종관리과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