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영 지음/행복한 작업실 펴냄/1만 5800원
'B급'을 자처한 서양미술사 이야기가 정성스레 차려졌다. 책 속에는 선사 시대 동굴의 벽화부터 현대 미술까지, 가장 흥미진진한 사건과 작품,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양 미술의 역사가 펼쳐진다.
서울대병원 홍보팀에 근무하는 피지영 씨가 세번 째 책 <B급 세계사 3:서양미술편>을 펴냈다.
저자는 미술 분야 비전공자이지만 3년 여 동안 미술 관련 서적 1000권을 읽고 서양미술 도슨트가 됐다. 책 속에서 느낀 감흥에만 젖어 있을 수 없어 직장을 휴직한 후 유럽 미술관을 순례한 뒤 <유럽미술여행>(2019)과 미술 소설 <영달동미술관>을 썼다. 지금도 틈틈이 서양미술에 다가서며 주말이면 병원·도서관·문화센터 등을 주유하며 강연을 통해 서양미술 전도사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미술은 인간의 욕구와 당대의 인식을 표현하는 거의 유일한 미디어였다. 문자가 만들어진 뒤에도 미술은 문맹이 대다수였던 시대에 훌륭한 교육 도구로 활용됐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동시에 타인의 생각을 지배하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
신과 지배층에게 속했던 중세 대중의 삶이 개인의 것으로 회귀되는 지점을 가장 먼저 포착한 매체 역시 미술이었다.
때때로 예술가들은 상식을 뒤엎는 작품을 통해 케케묵은 세계와 개인의 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세계관의 변혁을 불러오기도 했다.
미술은 세상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투영하는 선명한 거울이었고, 미술의 역사는 곧 세계관의 역사가 됐다.
이 책은 서양 미술사에 획을 그은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류의 관점을 변화시켜 왔는지 살펴보고, 불멸의 존재로 기억되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예술혼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무엇보다 조금도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미술을 해석하는 안목을 제공하고 난해해 보이는 서양 미술의 역사를 꿰뚫어 준다.
이 책의 차림표다
■ 그들이 있기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 ▲풍경화의 대가 안토니오 카날레토의 '촉' ▲신고전주의 창시자 자크 루이 다비드 이야기 ▲또 다른 <모나리자>에 대한 끊임없는 소문과 주장들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에 얽힌 이야기 ▲바로크 미술의 대가 렘브란트의 <야경>에 얽힌 이야기 ▲성상 파괴 운동으로 수난당한 예술품들 ■ 고대 동굴 벽화부터 중세까지 ▲플랑드르 화가 브뤼헐의 독특한 신화 해석 ▲영롱한 파란색 울트라마린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 찾기 ▲오스트리아 천재 화가, 에곤 실레 이야기 ▲<인상, 해돋이>로부터 인상주의가 시작되다 ▲피렌체 대성당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 르네상스, 드디어 예술가가 나타나다 ▲<1808년 5월 3일>을 그린 고야 이야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숨겨진 로맨스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을 그린 미켈란젤로 이야기 ▲최초의 페미니스트 예술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서양 미술 속 자세에 얽힌 사연들 ▲미술의 천사, 음악의 천사 ■ 화려한 귀족 예술, 바로크와 로코코 ▲현대 미술,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간이 땅을 딛게 만든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 조토 이야기 ▲인상주의의 아버지 마네 이야기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 ▲예술 불모지, 영국의 예술을 격상시킨 윌리엄 호가스 이야기 ■ 신고전주의 vs 낭만주의 ▲루벤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기적> ▲북유럽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 ▲<성모의 죽음>을 그린 카라바조 이야기 ▲서양 정물화 속에 담은 교훈 '바니타스 정물화' ▲바로크의 거장, 벨라스케스 이야기 ■ 인상주의부터 현대 미술까지 ▲인상주의부터 현대 미술까지.
B급이라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저자의 내공을 만끽할 수 있다(☎ 02-6466-9898·9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