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법 개정 취지 '공감'...자율심의기구 관련 등 일부 수정의견 제시
"자율심의기구 심의대상 지정권한 위헌소지"...정부도 헌재결정과 충돌 우려
모든 앱·인터넷 사이트의 의료광고를 사전심의해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국민 피해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주목된다.
보건복지위는 11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의료법 개정안의 심사 필요성을 인정하고 법안소위에 회부해 개정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이에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시행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회 등은 개정안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개정안 내용 중 자율심의기구에 심의대상 지정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문제가 위헌소지 및 소송 가능성이 있다며 수정할 것을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은 지난 6월 9일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인 개정안 내용은 우선, 현행 의료법상 최근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앱과 인터넷 사이트에 한해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누구든지 의료인 등 법에 따라 금지되는 의료광고를 제작하거나 게시하도록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되도록 하고, 사전심의를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들이 상호 협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정한 인터넷 매체를 사전심의 대상에 추가하도록 했다.
특히 자율심의기구는 의료광고가 법령상의 규정을 준수하는 지 여부에 대해 심의 건수 대비 20%이상의 의료광고를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율심의기구에 의료광고 심의업무 적정 수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자료의 제공 및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모니터링 이행 실적 및 정당한 사유 없는 자료제공 거부 등에 대해 업무정지 등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광고의 모니터링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당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위탁·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온라인 매체를 확대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제적 측면에서 살펴볼 때, 개정안은 사전심의 대상으로 '그 밖에 의료광고의 게시를 주된 업무로 하는 경우 등으로서 자율심의기구가 상호 협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정한 인터넷 매체'를 추가하고 있는데,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고 위반 시 처벌대상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하는 경우 불법 의료광고에 해당해 시정명령, 행정처분(허가취소 등) 뿐 아니라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또 "규제대상을 민간 자율심의기구의 협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고, '의료광고의 게시를 주된 업무로 하는 매체' 개념의 경우 해석상 모호한 점이 있어 명확성 원칙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법안심사 과정에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인터넷 의료광고 모니터링 업무의 위탁 조항에 관해서도 "'관리감독 의무의 주체(보건복지부 장관)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고, 모니터링의 대상을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광고에 한정하고 있는 점도 법제상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율심의기구의 모니터링 의무량 법정화에 대해서는 "자율심의기구의 모니터링 수행 여력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기준을 하위법령에서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모니터링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 시정명령, 업무정지·과징금 처분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법제적 관점에서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 추가적인 제재를 하는 방식으로 제재단계를 구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업무정지'와 관해서는 "현재와 같이 3개 의료인 단체(의협·치협·한의협)가 각 영역별로 나눠 자율심의업무를 분담해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업무정지로 인해 자율심의절차 자체가 중단돼, 그 피해가 의료광고를 하고자 하는 의료인·의료기관에 직접적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불법 의료광고의 알선·유인 금지와 자율심의기구에 대한 관리·감독 조항 신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도 앱·인터넷 사이트 의료광고 사전심의 의무화에 찬성했다.
"불법의료광고로부터 소비자의 피해발생을 방지하고, 누구나 사전심의대상 매체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사전심의 대상을 '의료광고를 게시하는 모든 인터넷 매체'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일부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개정안에 따라 의료광고의 게시를 주된 업무로 제한하는 경우 '주된'에 대한 명확한 범위 설정이 모호하며, 부가적인 업무로 의료광고를 게시하는 매체는 사전 심의대상에서 제외되어 또다른 사각지대가 형성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자율심의기구가 상호협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면 건전한 의료광고 환경조성을 위해 상호협력이 필요한 자율심의기구와 광고매체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자율심의기구의 지정권한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민법 적용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것과 자료제공 의무를 규정하는 것은 국가가 사전심의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사전자율심의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자율심의기구의 모니터링 건수를 심의 건수를 대비 20%로 지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시정명령, 업무정지 처분이나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자율심의의기구의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업무정지·과징금 등 자율심의기구 처벌규정에 관해서도 "자율심의기구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광고심의 업무를 운영하는 것처럼 업무정지처분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의료인단체 자율심의기구의 기능과 역할을 폄훼하는 것이므로 동 규정의 신설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난 2016년 정부 주도 사전심의 제도에 대한 위헌 결정에 따라 현행 법령에서는 각 심의위원회(의협·치협·한의협)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 바, 그 취지를 고려한 일정 부분의 조문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제처도 "과징금 처분 조항의 경우, 자율심의기구인 의협·치협·한의협은 의료업을 하는 의료기관(현행 제3조)이 아니므로 '의료업' 정지처분을 부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며, 현행 따른 자율심의기구인 소비자단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의료업 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