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후 지급결정까지 하고, 수년 뒤 환수에 행정처분까지?

심사 후 지급결정까지 하고, 수년 뒤 환수에 행정처분까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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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회 "전산심사 결함으로 지급된 진료비 소급 환수, 권한 남용"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 적용 부당성 고발 "선동 중단해야"
회원 수 '9500명' 돌파…유환욱 회장 "의원급 법정단체화 제1 목표"

대한의원협회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협회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홍완기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원협회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협회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홍완기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원협회가 주요 의료현안으로 '전산 심사 결함으로 지급된 진료비 소급 환수'와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을 꼽았다. 협회 제1목표로는 의원급 법정단체화를 추진키로 했다.

의원협회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협회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진료행위 청구분을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뒤늦게 부당 청구로 환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산 심사에서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진료행위 청구분에 대해 전산 심사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심결 지급했다. 추후 이 부분을 파악해 요양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현지 조사를 실시, 부당 청구로 몰아 환수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유환욱 회장은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잠시 주춤하던 현지 조사가 작년 가을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다시 방문 조사가 재개되고 있다. 문제는 그 형식보다 내용"이라며 "전산 심사에서 심결 지급된 진료비에 대해 뒤늦게 급여기준 미비임을 들어 부당 청구로 몰고 소급 환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 전 급여기준을 세심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부분 의사들은 수많은 급여기준을 다 외우고 있지 못하다. 청구했더니 삭감 당하면 그때 서야 급여기준을 확인하곤 한다"고 짚었다.

의원 입장에서 청구 시 심사조정이 되지 않고, 진료비용을 받게 되면 당연히 규정에 맞게 시술했다고 인식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진료하기 쉽다. 그런데 이를 수 개월,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한 번에 부당 청구로 몰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접구개신경절차단술'을 들었다.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접구개신경절(LA234000)의 경우, C-arm(이하 씨암)이라는 장비로 촬영하면서 시술 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초음파나 육안으로 보면서 시술하고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확한 시술을 했더라도 씨암을 보면서 시술하지 않았으면 청구를 할 수 없다.

유 회장은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청구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문제는 심평원이 전산 심사로 심결 지급을 해오다 수 개월, 심지어 수년 후에 이를 문제 삼아 소급 환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검진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평균 부당청구액에 따라 부당비율이 1%, 2% 등 특정 비율을 넘어설 경우, 일주일에서 90일 사이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유 회장은 "소급 환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 하더라도, 뒤늦은 환수로 인해 행정처분까지 이어지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악의적이거나 고의성이 없이 숙지하지 못해 발생할 때에 대해 환수 및 행정처분이 이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훈 부회장 역시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제대로 보험 청구를 하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라며 "취지에 따라, 3년 치를 환수하기 전에 이런 문제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식의 계도나 경고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최근 심평원 심사 건수의 다수가 전산으로 바뀌면서 업무가 선진화됐다고 하는데, 이런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심사체계 개편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문제가 된 전산 심사의 결함을 보완하기 전까지는 일체의 소급 환수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의원협회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협회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홍완기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원협회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1회 대한의원협회 추계 연수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협회 주요 의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홍완기기자) ⓒ의협신문

이 밖에 의료현안 문제로는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을 들었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의 경우, 특정 범죄에 한하지 않고 모든 범죄에 대해 면허취소 등의 자격박탈을 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의사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장성환 법제이사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는 의뢰인의 재산권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횡령·배임 등을 통해 의뢰인의 권리를 침해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한다"라며 "반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은 환자에게 있다. 의사가 고의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경우에도 변호사와 마찬가지의 법 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 의사로서의 활동과 관계된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면허취소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분명한 차이가 있어, 개정된 법을 합당한 이유 없이 다시 되돌리자고 하는 시도는 소수의 권리라 해 무시하는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들이 개정법안을 발의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자도 의사를 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선동일뿐이라고도 짚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이미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음을 짚은 것이다.

장성환 이사는 "국회의원들이 비교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의 경우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받더라도 변호사 직무 수행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의사의 경우 벌금형만 받더라도 아청법에 따라 의사 직무 수행을 최대 10년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이 통과될 경우, 의료 외의 사안으로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개인적인 다툼이 생겨, 법적인 다툼을 하게 된다면 의사는 그 모든 과정에서 직업까지 걸어야 한다는 한탄이다.

유 회장은 "의사의 면허취소와 관련한 개정안들에 대해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의 이유로 올해에는 국회 법사위를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면서 "그간 계속되어 온 의사 집단에 대한 마녀사냥 여론에 따라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 선동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의원협회는 이런 선동에 부화뇌동한 어떠한 부당한 법개정 시도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협회는 회원 수가 9500명을 돌파했음을 알리며 추후 의원급 법정 단체화를 제1목표로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유 회장은 "취임 후 의원급 법정 단체화를 가장 근본적 목적으로 잡고 있다. 정부와 의협, 일반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임의단체라는 성격으로 인해 이전까지는 외곽에서 활동해왔지만 향후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와 함께 유기적으로 교류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권익 향상을 위한 선도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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