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산회
보험업법 개정안 심사 못한 채 '자동 보류'
국회 정무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도록 강제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심사를 또 연기했다.
정무위는 23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5건(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대표 발의)을 병합 심사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대행 의무화 ▲실손보험 전산체계 구축·운영 ▲실손보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위탁 등이다.
정무위는 11월 17일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해당 개정안을 심사하지 못하고 보류했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 9월 28일 처음으로 해당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찬반 의견을 조정하지 못하고 심사를 연기했다.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의 부당성 ▲불필요한 행정 규제 조장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 조장 심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입의 부당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임의적 환자 진료 정보 남용 및 진료 정보 집적화 우려 ▲향후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수단 등을 짚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은 환자와 보험사, 즉 민간 간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타당성이 전혀 없다"며 "의료계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사에서는 소비자의 편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는 용도와 보험사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보험사만의 이익 때문에 국민과 의료인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9월 법안심사 당시, 대다수 여야 법안소위 위원들은 국민 편의 제공이라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밀접한 당사자인 의료계의 반대가 강한 상황에서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당시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도규상 부위원장은 "요양기관에 (청구대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건강보험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라면서 "심평원의 심사 전문성에 대한 우려는 대통령령으로 다른 기관을 지정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피해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 대안 제시를 해놓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개정안을 급하게 처리하면 또 하나의 큰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역시 편의성만 고려해 비급여 관련 정보가 민간보험사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며 "급여와 비급여 관련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을 먼저 정리한 후 검토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심평원을 '심사위탁기관'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음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반발이 큰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인 단체에서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충분히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의원·병원의 급여항목 원가보존률이 70% 수준에 불과해 손해를 비급여로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비급여가 없어지면 급여가 무너지는 기가막힌 구조"라면서 "병의원 수익 보존책인 비급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병의원을 잘 설득해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