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1소위, 논의 끝에 '계속심사' 결론...직역간 갈등 첨예 영향
올 정기국회 12월 9일 종료...여야 대선경쟁 본격화, 심사 지연 가능성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보건의료계가 반대한 간호단독법 심사·의결이 불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오전 9시부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간호법 제정안(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발의), 간호·조산법 제정안(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발의), 간호법 제정안(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발의) 등 3건을 병합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향후 재심사키로 하고 산회했다.
보건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제정안 심사 보류의 이유는 보건의료계와 간호계의 첨예한 입장차 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법안소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의사 중심의 의료법 체계는 이제 재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는 제정안 발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법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다만 직역간 갈등이 있으니, 보건복지부가 합의점을 찾으라"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제정안 발의자인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들이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직역 간 갈등이 있는 것도) 알았으니, 이제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조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자"고 재촉했다.
이런 논의가 반복되자, 법안소위위원들은 모든 위원들이 입법취지에 동의했음을 전제로 보건복지부에게 직역 간 갈등 해소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한 다음 제정안 심사를 마쳤다.
추후심사일정에 관해서는, 정기국회 전에 처리하자는 위원들 의견이 많아 최대한 반영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을 비롯한 보건의료계와 간호계는 해당 제정안 심사를 앞두고 치열한 장외투쟁을 벌이며 맞섰다.
의협, 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등은 지난 22일부터 법안심사인인 24일까지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심사 철회와 제정안 폐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1인 시위에는 서울특별시의사회·인천광역시의사회·대한개원의협의회·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도 함께 했다.
1인 시위에 앞서 의협은 지난 21일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통해 간호단독법 폐기 투쟁을 의결한 바 있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간호단독법이 개별직역에 이익이 되는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어, 의료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간호사 업무 범위를 변경해 독자적으로 진료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뿐만 아니라 업무범위를 확대해 단독개원까지 염두에 둔 법안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장외 결의대회로 맞섰다. 간호협회는 법안심사 전날인 23일 국회 앞에서 회원 490명이 참여한 '전국간호사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간호단독법 제정을 촉구했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 등과 체결한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빌미로 여야 3당에 간호단독법 제정으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압박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미래소비자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도 간호협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간호계의 간호단독법 제정 촉구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의 '보류' 결정으로 무산돼, 앞으로 간호계 대응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정기국회 일정은 오는 12월 9일로 종료된다.
일부 국회 관계자들은 전쟁을 방불케하는 여야의 대선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회의 관심이 대선으로 집중될 것이어서, 여야의 법안심사일정 합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