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4641명 중 70% 배정, 관리 의료기관 196곳 중 '의원 단 4곳'
방역 당국 '재택치료 환자 급증' 문제도 동네의원 참여로 해결 계획?
전문가들 재택치료 우려 커 "의료체계에 모든 책임 전가해선 안 돼"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원칙이 발표된 가운데,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 '과부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재택치료 기본 시스템과 관련한 가족 감염 및 중환자 미인지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11월 29일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재택치료 원칙을 발표했다. 입원 요인 등 특정한 사유가 없는 확진자들은 선택권 없이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이른바 '재택치료 강제'를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재택치료 확진자 인원이 최대 관리 가능 인원에 가까워지면서, 벌써부터 관리 의료기관의 '과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11월 30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재택치료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은 전국 196곳이다.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4곳, 종합병원 113곳, 병원 75곳, 의원 4곳이다.
같은 날 발표에서 재택치료 최대 관리 가능 인원은 11월 26일 기준 총 1만 4641명으로 집계됐는데, 방역 당국이 11월 30일 발표한 실제 재택치료 관리 인원은 1만 174명이었다. 최대 관리 가능 인원의 약 70%를 채운 수치다.
여기에 재택치료 기본 원칙 적용과 확진자 급증에 따라, 관리 인원 증가 속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는 11월 26일 7717명에서 11월 30일 1만 174명으로 4일 만에 2457명이 증가했다.
확진세도 심상치 않다.
12월 1일 발표된 확진자 수는 5123명으로 최고 기록을 또다시 갱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달 안에 확진자 1만명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확진세 추이가 계속될 경우, 재택치료 감당 관리 인원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 당국은 재택치료 환자 급증에 대해, 의원급 참여 확대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계획이 실현된다면, 앞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동네의원들을 참여시켰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브리핑에서 "재택치료 환자 급증이 예상됨에 따라 지방자체단체와 현재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병원급 외에도 지역 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의원급 참여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참여 독려를 위한 추가 인센티브 계획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현재 재택치료 환자에 대해 관련 건강보험수가로 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추가로 대한병원협회나 대한의사협회와 추가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료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재택치료 확대 우려 계속…"의료체계에 모든 책임 전가해선 안 돼"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관리에 대한 물리적 한계 외에도 가족 감염 우려와 환자 관리 연속성 부재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택치료는 효과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재택치료 확대는 온 가족이 감염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치료보다는 중환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재택치료는 사실상 '재택 관찰'의 개념에 가깝다.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가기 위해서는 증상 악화 시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보완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시민단체에서도 재택치료가 의료 공백의 부담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가족 감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일 "동거인과 함께 격리되는 재택치료는 신규확진자를 확산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택치료 중 사망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응급이송체계 및 응급 병실, 인력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재택치료는 임기응변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현 시스템은 고위험군의 증상 악화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장은 "산소포화도, 발열 체크만으로는 고위험군의 증상 악화를 인지하지 못해 환자 건강에 위험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재택치료 시스템에 대해서도 "24시간 원격 모니터링을 중점으로 하고 있지만, 95%가 경증 환자인 상황에서 불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재택치료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진을 지정해 외래진료를 하는 것처럼 꾸준히 환자 상태를 추적하고,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중증 환자 증가 상황에서, 재택치료만 강화해서는 중환자실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의 재택치료 강화는 큰 소용이 없다"며 "재택치료 환자 중에서도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들이 있는데, 그들에 대한 방어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 모든 책임을 맡기는 듯한 정부 대책에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재갑 교수는 "의료체계에 모든 것을 맡겨 놓으면 환자가 줄지 않는다"면서 "의료진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손을 내려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미 번아웃·과포화를 호소하는 의료계의 한탄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