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계 일부의 국산 신약 약값 책정과 관련한 주장을 듣다 보면 한국 정부의 처신에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국산 신약의 약값을 제대로 책정하지 않아 국산 신약 개발의 의지를 꺾고, 심지어 해외 진출 때 낮게 책정된 한국 약값을 다른 나라가 참고하는 바람에 제값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다른 나라 정부는 부가가치가 높은 자국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지원하려고 혈안인데 한국 정부는 지원은 못 할망정 푸대접한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국내 신약 약값을 한 푼이라도 더 책정하려고 애쓰는 정부 관계자를 한 두 명 만나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몇 해 전 오리지널 약값의 70%를 받아야 하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80%로 10%p 가산책정 받는가 하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폐암 신약은 불과 수개월 만에 조건부 허가부터 급여 승인까지 일사천리로 받아내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그 폐암 신약은 이미 승인된 글로벌 해외 신약 값의 95%까지 책정받는 가산 특례를 받아 정부의 비공식적인 국내 제약사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심을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받기도 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산 위염 신약 역시 혁신형 제약사 지정 특례로 글로벌 제약사가 누리지 못하는 약값을 책정받았다.
모두 국내 제약사만 누린 유례없는 사례로 WTO나 FTA라는 체제 속에서 국산 신약을 밀어주려는 정부의 의지가 돋보였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이런 조치들이 제약계에는 시원치않은 지원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좀 더 화끈한 지원을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원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주관적인 감정이 국산 신약 약값을 낮게 책정해 차별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는 효과와 안전성이라는 약의 본질적인 가치와 더불어 대체약의 존재여부로 신약값을 책정한다.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나 안전성이 부각되지 않은 신약을 사려고 높은 약값을 지불하는 보험자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 충분한 약값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그 국산 신약은 이미 대체약이 있거나 기존 치료제를 능가하는 '성능'을 입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꾸준히 정부의 '국산 신약 푸대접론'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혹시 코로나19 사태에 편승해 실체없는 '국산 신약 푸대접론'을 앞세워 약값을 높이려는 얕은 수라면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가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져버린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왜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 하나 개발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과 함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도전을 국내 제약계에서 지금보다 더 자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