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효 계명의대 교수(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
새로운 기전의 면역항암제가 2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급여된 후 1차 비소세포폐암 치료 분야는 물론 다른 암종으로 점차 치료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단독투여보다 다른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제와의 병용투여로 가능성을 보여줘 주목받고 있다.
[의협신문]은 박순효 계명의대 교수를 만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분야에서의 면역항암제의 가능성과 임상결과를 근거로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가 환자 진료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봤다.
박순효 교수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내과주임 과장과 대한폐암학회 간행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으로 근무하며 폐암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와 옵디보·여보이·화학치료제 병용투여 치료를 하고 있다.
<일문일답>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승인이 최근 결정되며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련 주요 임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코멘트를 하자면?
CheckMate-9LA와CheckMate-227 임상이 1차 치료제 승인의 근거가 됐다. 먼저 checkmate-227을 보면 옵디보, 여보이 병용요법은 종양 조직의 PD-L1 발현율 1% 이상에서 4년 생존율은 29%를 기록해 화학 단독요법 18%보다 좋았다.
병용요법에 반응했던 환자의 34%도 4년이 지난 후에도 반응을 유지했다. 화학요법은 7%에 그쳤다.
PD-L1 발현율 1% 미만 환자에서는 옵디보, 여보이 병용요법 환자의 24%가 4년 후에도 생존해 화학요법 10%보다 높았다. CheckMate-9LA에서는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의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은 15.8개월로 화학 단독요법 11개월보다 길었다.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은 화학요법보다 질병 진행 혹은 사망 가능성을 33% 낮췄다. 병용 치료에 반응한 환자는 38%로 화학요법 25.4%보다 높았다. 반응기간 역시 13.0개월로 화학요법 5.6개월보다 길었다.
CheckMate-9LA 연구에서 보듯 면역항암제 치료에서도 여전히 화학요법을 동반해야 한다. 자칫 화학요법 단독치료에서 따르는 이상반응에다 면역항암제로 인한 이상반응까지 견뎌야 하는 건 아닌지?
4개의 약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Grade 3·4인 중증이상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크다. CheckMate-9LA를 보면 3·4 등급 이상의 중증이상반응이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의 경우 48%, 화학요법은 38%로 나타났다. 생각하는 것보다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요법의 부작용은 관리할 만했다.
옵디보와 여보이, 백금기반 화학요법 두 가지를 병합해 투여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로 초기 반응률이 높았다. 진료 현장에서도 초기 반응이 좋아 환자의 치료 의지를 더 강하게 하는 장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옵디보, 여보이 기반 병용요법이 허가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허가 기반이 된 임상 연구에서 도출된 데이터만큼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효과를 경험하는가?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요법으로 8명, 옵디보·여보이 병용 요법으로 8명을 처방했다. 개인적으로 PD-L1 반응률이 50% 미만이고 면역항암제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거나 PD-L1 음성인 경우 옵디보, 여보이 병용요법보다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요법을 선호한다.
실제 56세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요법을 투여받았는데, 첫 사이클 치료 이후 폐 위쪽에 보였던 병변이 거의 사라졌다. 효과가 좋았다.
65세 뇌전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에 관리가 잘되고 있다. 55세 환자의 경우도 종양 사이즈가 작아서 흉부 방사선 요법(RT)을 시행하지 않고,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요법을 시작했다. 두 환자 모두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없다.
checkmate-227 4년 장기 추적 데이터를 보면 중간에 부작용으로 약을 중단하는 환자가 생긴다. 그러나 약물을 중단해도 3~4개월 후 무진행생존기간, 전체생존기간이 이어지는 환자가 많다.
개인적으로도 유사한 환자 2명을 계속해서 팔로업 중이다. 한 환자는 중단 후 8개월 정도까지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경쟁약 키트루다는 단독투여 요법으로도 승인받았다. 옵디보의 경우는 여보이와 병용으로 투여하도록 되다 보니 투여비용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결국 키트루다와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비교임상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자면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투여가 선호되는 상황이 있다고 본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CheckMate-9LA 2년 추적조사 결과를 보면, 중추신경계 전이 환자 등 주요 하위집단의 효과가 상당히 높았다. 특히 옵디보·여보이 기반 병용요법은 편평상피세포암 환자 치료에서 우선 고려될 확률이 높다.
보통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의 PD-L1 반응률이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투여 비용 문제는 여보이의 경우 60kg 환자라면 60mg을 맞아야 하는데 바이알 용량이 50mg, 200mg뿐이라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급여가 된다면 바이알당 용량을 10·20·30mg 등으로 세부화하고, 용량에 따라 약값을 조절한다면 상대적으로 조금 비싼 키트루다와 투여 비용을 맞출 수 있어 보인다. 물론 그건 제약사들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이긴 하다.
진료 현장에서 키트루다와 옵디보보다 티쎈트릭 처방이 가장 적은 것 같다. 티쎈트릭이 후발주자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임상현장에서 고려되는 다른 이유가 있나?
일반적으로 세 가지 약 중 어떤 걸 쓰더라도 기전에 따라 반응이 높은 환자에서 효과가 있을 확률은 반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중 효과가 있는 환자는 반응지속률도 상당히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다.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PD-L1 수치에 따라 긍정적인 데이터를 얻은 환자가 있다. 의료진이 (이 데이터가 있는 한) 테이터에 따라 선호하는 약을 쓸 수 밖에 없다.
티쎈트릭은 처음부터 PD-L1 반응률과 상관없이 투여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지만, PD-L1 반응률 50%이상 환자를 타깃한 기존 치료제가 있다 보니 PD-L1 반응률이 높은 환자를 치료할 때 다른 치료제에 밀릴 수밖에 없다.
나머지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경쟁을 벌이다 보니 약제 사용 대상 환자가 줄어들고 반응이 있을 확률이 더 낮아지다 보니 의료진은 더욱 처방하기 쉽지않은 '악순환'에 빠진 듯 하다.
물론 티센트릭은 상대적으로 경쟁약보다 저렴해 허가조건에 맞고,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환자에게 좋은 옵션이 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급여등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여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현재 폐암 1차 치료제로 옵디보·여보이 병용 기반요법과 키트루다, 타그리소 등이 비급여로 처방된다. 비급여로 처방하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그런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 면역항암제 처방을 내릴 때 환자와 깊이 있는 소통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면역항암제 치료를 선택하고 있다.
흔히 '가성비'라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효과가 있고, 치료받는 동안 삶의 질도 유지되는 면역항암제 치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치료과정이 힘든 화학항암요법을 고령 환자에게 권유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면역항암제 개발로 고령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항암제 치료도 하는 추세다.
환자 삶의 질과 만족감, 안정감을 고려해 면역항암제에 대한 보다 넓은 급여가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