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 KAIST 교수팀, 미국 워싱턴대·콜로라도대 연구팀 공동 기술 개발
무선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시간·장소 영향 없이 뇌 신경회로 제어
원격 뇌 질환 치료뿐 아니라 신약 개발 연구 등에도 적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인터넷을 이용해 뇌 신경회로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목표 동물의 뇌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
정재웅 KAIST 교수팀(전기및전자공학부)은 미국 워싱턴대학교,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사물인터넷 기반의 뇌 신경회로 원격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기술은 먼 거리에 있는 환자의 질환을 원격으로 치료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라자 콰지 연구원과 김충연 박사과정, 카일 파커 워싱턴대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11월 25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calable and modular wireless-network infrastructure for large-scale behavioural neuroscience'.
세계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들로 고통받는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근본적인 뇌 질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뇌 기능·뇌 질환 발병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뇌 연구가 매우 시급하지만, 뇌 연구의 진행 속도가 뇌 질환 환자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뇌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 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존 뇌 연구에 사용되던 대부분의 신경과학 장치들은 외부 장비와 선으로 연결된 유선 방식으로 구동됐지만, 피실험 동물들을 물리적으로 제약할 뿐 아니라 실험 진행자의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해 피실험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관찰자 효과'를 발생시켜 정확한 뇌 연구 결과 도출을 어렵게 만든다. 아울러 모든 과정에서 실험자의 직접적인 조작이 요구돼 연구에 많은 시간과 인력·비용이 발생하게 한다.
연구팀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다수의 뇌 이식용 기기들을 인터넷 원격으로 동시 제어하거나, 예약된 스케줄에 따라 기기들이 자동으로 구동되도록 하는 무선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목표 동물들의 특정 뇌 회로를 원격 제어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인터넷 웹사이트 기반의 무선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뇌 이식용 장치의 원격제어, 자동화된 데이터 수집, 뇌 회로 제어 스케줄링 등의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의 뇌 신경회로 자동 원격제어 기능을 사용해 자체 제작한 무선 장치(뉴럴 임플란트)가 이식된 수십 마리의 쥐의 뇌 신경회로를 광유전학적 방법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정교하게 원격 자동 제어함으로써, 완전 자동화된 뇌 연구 실험에 적용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 실험을 통해 쥐의 먹이 섭취량, 활동량, 다른 쥐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빈도를 성공적으로 조절하고, 예약이 설정된 대로 다수 동물의 뇌 신경회로를 동시에 독립적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정재웅 교수는 "이 기술은 동물을 활용한 뇌 연구에 필요한 인간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뇌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실험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뇌 연구를 넘어 많은 동물 실험을 필요로 하는 신약 개발, 병원 방문 없이 뇌 질환 및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원격의료 구현에도 적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더욱 광범위하게 뇌 과학 연구·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뇌파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본 시스템과 접목하기 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